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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엔화 경기는 침체/「백엔시대」 대비 체제정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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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 기업 “생존” 몸부림/주요업종 시설 해외이전/자재 해외조달 비율도 늘려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가치가 또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일 동경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백1.80엔을 기록,8개월여만에 1백1엔대 수준이 됐다. 뉴욕 외환시장에서도 엔화는 1백1엔대에서 거래됐다.
지난해 8월이후 엔화는 달러당 1백5엔대 전후에서 소강상태를 보였다. 이같은 환율이 또다시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연간 1천3백억달러나 되는 일본의 방대한 무역흑자와 일본에 약체 연립정권이 들어선 때문이다. 여기에 외환시장의 투기자금들이 달러를 기피,엔화를 사들이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일본기업들중에는 현재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출에 전력을 쏟고 있는 기업이 많다. 반면 경기침체로 수입은 별로 늘어나지 않고 있다. 경상흑자를 줄이려면 규제완화와 경기대책을 의한 수입촉진이 불가결하다. 그러나 외환시장 관계자들 사이에는 『소수 여당정권인 하타 쓰토무(우전자) 정권이 본격적인 감세를 포함한 경기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편 미국은 인플레를 우려,긴축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이는 미정부의 국채와 주식시장을 침체시킬 것이기 때문에 투기자금들이 달러를 팔고 엔화나 마르크화를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미정부가 엔고를 부추기려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뉴욕 연방은행이 시장에 개입,엔고 저지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행도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매입·엔화매각」으로 엔고를 막으려하고 있으나 일본의 방대한 무역흑자가 줄지 않는한 엔고 압력은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일본기업들은 달러당 1백엔이 돼도 살아남기 위해 생산시설의 해외이전과 수입확대를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 자동차와 전기·정밀기기업체 등 수출 3대 업종 가운데는 달러당 1백엔대 돌파를 가정,체제정비에 나서고 있는 기업도 있다.
미쓰비시(삼릉)중공업은 올해부터 2∼3년 계획으로 자재의 해외조달 비율을 30%로 확대키로 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엔고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올해 이미 전체조달 자재중 15∼16%를 해외에서 사들여오고 있다.
이다 요타로(반전용태랑) 미쓰비시중공업 회장은 『강재나 플랜트기재 등의 해외조달비율을 배로 높여 달러당 95엔이 돼도 견딜 수 있는 체제를 만들려 한다』고 밝혔다. 일본전기(NEC)도 개인용 컴퓨터의 기간부분인 기반을 대만에서 사들이는 등 해외에서의 부품구입을 대폭 늘려 95년도에는 총생산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일본 IBM은 지난 3월말 하드디스크 생산시설을 전부 태국으로 옮겼다. 음향영상기기 업체인 아이와는 생산량의 70% 이상을 해외로 옮겼다.
엔고는 일본기업들의 수익을 한층 감소시켜 경기침체로 고전하는 일 기업들을 한층 어려운 입장에 빠뜨릴 것으로 보인다. 달러당 1엔이 오르면 소니는 연간 40억엔,하타치(일립)제작소는 28억엔,도시바(동지)는 30억엔씩 매상이 줄어든다. 닛산(일산)자동차는 연간 80억엔 정도 수익이 감소된다.
엔고는 일본의 산업공동화와 실업률을 늘려 수출위주의 일 산업구조를 재편하지 않으면 안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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