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고혈압 환자 폭발적 증가 … 국민 60% 위험군으로 봐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의 비율은 2005년 기준 27.9%입니다. 고혈압 전 단계인 30.4%를 포함하면 국민의 3분의 2가 고혈압의 위험지대에 놓여있는 셈이죠.”

 사단법인 한국고혈압관리협회가 지난달 28일 출범했다. 회장에 취임한 경희대의대 동서신의학병원 배종화 교수(사진·심장혈관센터)는 “고혈압 환자의 무서운 증가세를 꺾기 위해선 학회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협회를 통해 국민 계몽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2003년 우리나라 심장·뇌혈관질환의 사회경제적 부담은 무려 5조3915억원. 이 정도라면 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걱정도 기우가 아니다. 따라서 고혈압을 잡기 위해 민·관은 물론 기업이 협력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배 회장의 설명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인 고혈압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데다 어린이 환자마저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는 청소년 시기에 합병증이 시작돼 평생 죽음의 경계에서 불안한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국민의 고혈압 관리는 걸음마 수준이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만성질환 관리사업이나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보건소 중심으로 진행돼 한계가 있다.

 “치료를 통해 정상혈압을 유지하는 환자가 1998년엔 전체의 10%도 채 안 됐지만 2005년엔 27%로 크게 늘었습니다. 짧은 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이지요. 하지만 이 수치로는 만족할 수 없습니다. 고혈압 환자가 전 계층에서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방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경우 고혈압 환자의 성공적인 치료율는 34% 수준. 30여 년 동안 막대한 국가 예산을 쏟아 부은 결과다.

 “한번은 부산 자갈치 시장을 찾아 고혈압의 유병률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예상대로 많은 사람이 고혈압 환자였고, 또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가게를 비울 수 없어 병원을 찾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경우처럼 현장을 찾아가는 고혈압 관리 등 다양한 계층을 위한 다각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혈압 환자의 절반만이 자신의 혈압을 알고, 이 중 절반이 약을 복용합니다. 그리고 그중 또 절반만이 약을 제대로 복용해 정상 혈압을 유지합니다. 바로 이러한 ‘절반의 법칙’을 깨는 것이 협회가 할 일이죠. 앞으로 10년이 걸리더라도 성공적인 치료율을 50%대로 올릴 수 있도록 관계자의 협력이 절실합니다.”

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