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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44) 전남 순천시 열린우리당 안세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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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는 깨끗하고 성실한 사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깨끗한 정치, 성실한 정치의 모범을 보여 주고 싶습니다.”

전남 순천시에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경선을 준비 중인 안세찬(43)씨는 자신이 순천에서 돈과 조직 없이 발로 뛰는 정치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91년 평민당이 일으킨 황색바람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소속으로 순천시의회 의원에 출마해 당선됐다. 서른한 살 때였다. 당시 선거비용으로 1백60만원을 썼다는 그는 ‘기적적인 당선’이었다고 회고했다.

그 후 치러진 두 번의 순천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도 1억여 원의 성금으로 깨끗한 선거를 치렀다고 그는 자부했다. 돈을 쓰는 대신 그는 발품을 팔았다. 아침이면 목욕탕 7군데를 돌면서 벌거벗고 뛰었고, 새벽 4시에 일어나 벼 수매 현장 등을 찾아다니며 하루에 5백 가마의 쌀을 나르기도 했다. “목욕탕 가서 등 밀어 주기는 사적인 서비스 아니냐”고 찌르자 “벌거벗고 들어가 인사만 했다”고 응수했다. 순천대학교 재학 중이던 88년 총학생회장을 지냈고, 지금도 순천환경운동연합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시의원을 하는 동안 주민들로부터 정치 철학과 도덕성에 대해 이미 검증을 받았습니다. 지방의회 출신 후보들은 그런 점에서 한 번 걸러졌다고 할 수 있죠. 국회와 서로 규모만 다를 뿐 주민들을 주인으로 모시는 훈련도 받았겠다, 정치권을 정화하는 데는 지방의회 출신들이 오히려 적임입니다. 뽑아만 주면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국회의원이 아니라 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그런 의원이 될 겁니다. 예를 들면 신용카드 수수료를 대폭 낮추는 데 앞장서 보고 싶습니다. ”

가장 유력한 경쟁자로 안씨는 이곳의 현역 의원인 민주당의 김경재 상임운영위원을 꼽았다. 지역 정서상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양당 대결로 갈 가능성이 큰 데다 김 의원이 지명도가 높은 재선 의원이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김 의원은 서울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안씨는 참여 정치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선거 때 돈 받는 유권자는 꼭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수의 국민은 옳지만 모든 국민이 옳은 건 아니라는 것. 순천의 현안으로는 광양만권의 중심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시설(SOC)을 갖추는 것과 매력 있는 주거환경을 만드는 것을 손꼽았다.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하려면 도시 기반시설을 갖추는 한편 선진 교육의 기반과 문화공간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는 것. 공교육 개혁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교육 외에는 완전 자유개방형 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의원회관 유시민 의원 방에서 유 의원과 포즈를 취한 안세찬씨(오른쪽).
안씨는 유 의원이 당선된 보궐선거 때 선거를 도왔다. 그는 당시 "경상도 출신인 유시민을 찍느니 호남 출신인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이곳 호남향우회 사람들을 설득해 유시민 지지로 돌려 놓았다고 회고했다. 유 의원의 선거에 참여한 것은 정치인으로서 "지역구도를 깨지 않으면 참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그의 정치철학을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는 총선을 치르고 나면 갈수록 안정되고 성공하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 정부의 국정 운영과 관련해서는 인사 정책에 다소 문제가 있지만 지역통합과 통일 정책은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씨는 지난해 11월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책 제목은 ‘안세찬의 삼시세판’. 무소속으로 두 번 시의원을 지내고 순천시장에 두 번 도전해 고배를 들었지만 불굴의 투혼으로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민주당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이곳에서 지역구도를 깨겠다는 각오로 영입 유혹을 뿌리쳤습니다. 시의원을 할 땐 의원 평가에서 베스트 의원에 뽑혔었습니다. 청렴성·전문성·성실성·시정 질문 등 4개 부문에 걸쳐 평가를 했는데 전 부문 1위를 했어요.”

안씨는 서른하나에 시의원이 돼 열심히 뛰다 보니 결혼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서른일곱 살 때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우연히 만난 초등학교 동창 아내와의 사이에 1녀1남을 두고 있다. 그는 지역에 거주하면서 꾸준히 노력했고 학생운동과 시민운동의 외길을 걸어온 자신이야말로 등원할 자격이 있다고 강변했다.

“돈 없어도 깨끗하고 성실하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고 싶습니다. 전라도 말로 ‘삼시세판’의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연출해 보고 싶어요. 정치 개혁은 중앙 정치무대가 아니라 지역으로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지역에서 검증 받고 애쓴 사람이 당선되는 게 정치 개혁의 출발점입니다.”

이필재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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