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시장 진입장벽 높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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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 신규 업체가 진출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장궈바오(張國寶) 부주임(차관급)은 8일 열린 ‘중국 자동차산업 발전 국제포럼’에서 “신규 자동차 업체의 시장 진출을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장 부주임은 “중국의 완성차 생산 능력은 이미 연 1000만 대를 넘어섰고, 올해 실질 생산량은 85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여 수급 균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기존 업체의 설비 증설에 대해서는 업체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는 입장이다. 발개위는 국무원(중앙정부에 해당) 산하 기관으로 중국의 거시경제 정책을 조정하는 권한을 행사한다.

 이번 장 부주임의 발언은 중국 정부가 투자 과열 양상을 보이는 자동차산업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진출한 미국·일본·한국 글로벌 자동차 기업은 물론 중국 기업까지 앞다퉈 신규 투자를 해 중국 자동차산업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최근엔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리판(力帆)이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장화이(江淮)가 안후이(安徽)성에서 완성차를 만들고 있다. 또 광둥(廣東)성의 공업도시 둥관(東莞)에 자동차 공장 신설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고, 말레이시아 자본이 중국에서 스포츠카 생산 공장 설립을 준비 중이다. 또 창청(長城)·창펑(長豊) 등 그동안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을 생산해 오던 업체가 승용차 시장 진출 인허가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발개위 관계자는 “자동차를 만들지 않았던 업체들이 자동차 생산에 뛰어들거나 심지어 금융자본까지 자동차산업에 뛰어들려고 혈안이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기존에 진출한 자동차 업체들은 일단 환영하는 입장이다. 현대·기아차 측은 “일단 긍정적이지만 이미 중국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점에서 그다지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초 완공될 증설분까지 합해 중국 현지생산 물량이 내년이면 100만 대에 달한다.

 황규광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은 “중국 업체들의 투자를 억제하는 등 신규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이미 중국에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대부분 진입한 상황에서 기존의 경쟁구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서울=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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