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YE] 중국산은 불량, 미국산은 비우량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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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 21면

불량 수출품과의 전쟁이 글로벌 전쟁의 양상을 띠면서 전선이 두 갈래로 전개되고 있다. ‘입에 넣는 것과 아이들이 손에 쥐는 것은 중국제를 사지 말라’는 중국산 경계전선이 그 하나다. 제조 과정에서 중국산을 쓰지 않았다는 ‘차이나 프리(China free)’ 등록상표 도입도 미국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고개를 드는 불량 금융상품에 대한 감시 규제전선이 다른 하나다. 자산담보 대출 부실을 선의의 외국투자자들에게 떠넘기는 복합 금융상품들은 말이 첨단이지 식품이나 공산품 등의 불량품 수출과 본질상 다를 게 없다는 논리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미국을 압박하고 중국도 이에 가세하는 분위기다.

치약에서 타이어·애완동물 사료·식품·장난감·의류 등에까지 꼬리를 무는 불량 위해(危害) 소동으로 중국은 대내적으로 ‘불량품과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다. 극소수 일부 제품의 하자를 구실로 ‘중국 때리기’를 일삼는다고 중국 당국은 매번 항변한다. 그러나 불량 중국산에는 단순한 때리기 차원을 넘는 구조적 요인도 깔려 있다.

제품에 갈수록 국경이 흐려지고 원료와 부자재의 글로벌 아웃소싱이 보편화되면서 어떤 원료로, 어떤 안전기준에서, 어떻게 품질 관리와 감독을 거쳤는지 소비자들은 알 길이 없다. 제품의 생산과 유통만 급속히 세계화되고 있을 뿐 제품의 안전과 품질 관리 및 감독은 세계화가 요원하다. 문제가 생기면 사후약방문 격인 글로벌 리콜(긴급회수)이 고작이다.

게다가 다국적기업들의 조직적인 가격인하 압력이 제품 불량화를 부채질한다. 납품단가를 경쟁적으로 낮추려다 보면 하도급에서 재하도급, 재재하도급으로 떠넘겨지고 이 과정에서 값싼 대체원료나 검증받지 않은 유사원료들이 끼어든다. 이는 중국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고 있지만 급속한 성장에 따른 비용상승으로 제조비용이 더 이상 세계에서 가장 싼 곳이 아니다. 낮은 비용을 찾아 베트남과 태국 등 아시아 인근 국가로 생산기지가 옮겨가는 추세다. 21세기형 소비 제품들이 19세기적 환경 속에서 만들어지는 글로벌 경제의 한 역설이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면 미국은 첨단 금융상품 메카다. 미국이 수출한 첨단 금융상품으로 외국의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면 이는 미국 규제당국이 제품을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않았거나 위험을 제때 경고해 주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미국이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국제금융으로 메우기 위해 첨단 기법을 동원해 복잡한 금융상품개발에 매달린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적도 예사롭지 않다. 미국 금융기관들의 대출부실이 세계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안긴다면 투명성 감독 및 부실 규제를 미국 당국에만 맡겨 놓을 수 없다는 주장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독일 정부는 헤지펀드의 국제행동강령 제정과 함께 신용평가기관의 공기업화 등 과격한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도덕률을 가진 금융자본주의’를 공언한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다음달 G7 재무장관회의 전까지 시장참여자의 엄격한 공개수칙 제도화를 벼르는 등 불량금융상품 규제를 위한 대미 압박도 조여 들고 있다.

국경과 국적 없는 글로벌화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려면 글로벌 차원의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현실은 분명 글로벌화의 딜레마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상품(연간 480억 달러)보다 비우량 ‘주택 빚’(1000억 달러)을 훨씬 많이 사주고 있는 현실도 아이러니다. 재무부증권(870억 달러)과 비우량 금융상품 구입으로 ‘적자를 메워주고 저렴한 상품 수출로 미국 소비자를 행복하게 해주는’ 중국 입장에서 미국의 ‘차이나 프리’ 운운은 야속한 적반하장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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