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휘의 강추! 이 무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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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 21면

싱가포르에서 열린 ‘워매드(WOMAD·World of Music, Arts and Dance) 페스티벌’에 지난달 말 다녀왔다. ‘워매드 페스티벌’은 팝스타인 피터 가브리엘의 아이디어로 1982년에 시작해 지금까지 세계 각지에서 이어져 오고 있는 세계적인 ‘월드뮤직’ 축제다. 사흘 동안 밤마다 야외무대 앞 잔디밭을 메운 사람들의 표정은 ‘난 월드뮤직을 들어’ 하는, 소위 마니아와 관계자들의 그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영화를 보러 가듯, 동네 산책을 나가듯 ‘오늘은 즐겁게 음악이나 들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돗자리와 피크닉 가방을 들고 공원을 찾아온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세계 각지의 문화와 역사가 담긴 다채로운 음악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정말 한없이 부러운 일이었다.
아마도 이 ‘워매드 페스티벌’의 한국판이 될 ‘원 월드 뮤직 페스티벌’이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다. 우리나라에서 ‘월드뮤직’이란 말은 아직 클래식보다도, 재즈보다도 훨씬 더 ‘듣는 사람들이나 듣는’ 배타성 짙은 하나의 음악 장르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 알고 보면 ‘월드뮤직’은 특정한 음악 장르라기보다는 고유한 문화권에 뿌리를 둔 모든 음악이며, 우리로 치면 대중가요·전통 민요·사물놀이처럼 친근한 음악이다. 내 것과 다른 문화와 기후에서 탄생한 음악을 듣는 것은 마치 그곳으로 여행을 가는 것과 같다.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과 호기심으로 마음이 한껏 들뜨는 것이다.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이마를 스쳐갈 10월의 첫 주말은 이천에서의 음악 휴가로 미리 계획해 두시기를 권한다.
‘원 월드 뮤직 페스티벌’ 무대를 장식할 주요 아티스트와 날짜별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나라별로 보자면 이번에 참가하는 아티스트는 브라질·쿠바·세네갈·노르웨이·카부 베르드·베트남·중국·에콰도르·미얀마에서 모이고 윤상·김수철·들소리 등의 국내 아티스트도 가세한다.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이름은 쿠바 출신의 ‘로스 방방 밴드’일 것이다. 1997년과 98년 연속으로 그래미상을 수상한 이 팀은 이미 2006년에 내한공연을 한 바 있다. 쿠바 음악의 흥겨움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또 다른 하이라이트, 브라질의 ‘이방 린스’와 세네갈의 ‘이스마엘 루’. ‘이방 린스’는 ‘카에타노 벨로조’와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꽤나 이름이 알려져 있는 빅 아티스트로 로맨틱한 매력이 한껏 부각된 브라질 음악을 선보인다. ‘이스마엘 루’는 올해 초 내한공연을 가진 ‘유쑤 은두르’와 함께 세네갈을 대표하는 뮤지션이다. 가슴속에 무엇인가 가득 차 오르는 듯한 아프리카 음악의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놓칠 수 없는 아티스트다. ‘아프로 켈트 사운드 시스템’은 세네갈·아일랜드·잉글랜드 등 다양한 국적의 뮤지션들이 모여 보다 퓨전화되고 팝적인 음악을 만드는 그룹이다. ‘호텔 르완다’ ‘갱스 오브 뉴욕’ 등의 영화에 이들의 음악이 사용되어 유명해지기도 했던 이번 페스티벌의 또 하나 하이라이트.

<날짜별 프로그램>

10월 5일(금)
이방 린스(브라질), 보컬 샘플링(세네갈), 수산네 룬뎅(노르웨이), 윤상(한국), 그룹 로스안데스(한국·에콰도르), 비엣 듀오(베트남)

10월 6일(토)
로스 방방, 조르지 아라거웅(쿠바), 보컬 샘플링(세네갈)·김수철·정수년·정민아(한국)

10월 7일(일)
아프로 켈트 사운드 시스템(세네갈·영국), 이스마엘 루(세네갈), 테오필루 샹트르(카부 베르드), 김도균 그룹·들소리(한국), 양곤 콰르텟(미얀마), 모리화(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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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휘씨는 다양한 무대를 꾸미는 공연기획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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