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 일반 이해부족에 엄청난 작업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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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카셀 다큐멘타,베네치아 비엔날레등 근래 열린 외국의 대형미술제에서 설치미술이 주류를 이루는 것과 달리 국내 설치미술작가들의 작업여건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설치미술은 하나의 형태로 완결되는 조각과 달리 다양한 재료를혼합사용해 전체로서 하나의 표현성을 가진 유기적인 구조물을 제시해 보이는 작업.
국내의 설치미술가들이 겪는 어려움은 설치미술에 대한 일반의 이해가 거의 없는데다 첨단기술을 동원하고 규모가 점차 커져가는데 따른 작업비용을 감당하기가 힘겹다는데 있다.
오는 5월 한국미술관에서 대규모개인전을 준비중인 李相鉉씨(40)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제작비를 지난 3년간 최저생활로 버티며 모은 돈으로 충당하고 있다.
또『현대미술 40년의 얼굴』전에 초대돼 10×2.6m의 대형액정비전에 불타오르는 장면을 연속해서 보여주는 작업을 펼친 陸根丙씨(37)도 이 작업을 위해 1천3백만원정도의 비용을 썼다.이는 대당 4백만원하는 액정비전 4대와 고성능 스피커를 삼성전자로부터 빌리고 설치비용은 주최측의 지원을 받고서도 자신이 제작한 영상.음향등 소프트웨어비용에 별도로 지불한 금액이다.
금년 봄 석남미술상을 수상한 설치미술가 金榮眞씨(33)는 이제까지 한번도 자신의 작품이 팔린 적이 없다고 말한다.金씨는 작업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선 어쩔수 없이 부업에 매달려야 한다며『부업때문에 작업시간이 무척 쫓긴다』고 하소연했다 .
최근들어 일부 기업에서 작가들에게 첨단장비등을 대여해주는등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있지만 아직은 벽이 높은 실정이다.독일 함부르크에서 활동하다 귀국,지난 2월 사진과 비디오를 이용한 설치작업을 보여주었던 丁貞和씨(38)는 자신이 외 국인임에도 함부르크市로부터 작업비 일부를 지원받고 있다고 그곳 사정을 전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함부르크市 뿐아니라 대부분의 지방에서 시예술위원회나 공공재단에서 설치미술을 포함한 실험작업에 대해 작업내용을 심사한후 일부 비용을 지원해준다는 것.
국내작가들은 외국과 같은 공공예술기금에 의한 후원은 현재로선꿈도 꾸지 않는다며 오히려 최근 생겨나기 시작한 개인미술관.미술재단 등에서 설치미술작업에 관심을 갖고 컬렉션해주기를 바라고있다. 그럼에도 설치미술은 새로운 매체에 대한 호기심과 표현영역이 넓다는 장점때문에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급속하게 확산되고있다.李相鉉씨는『설치작업가들은 고생에 익숙할줄 알아야 한다』며그러나『어느 장르보다 예술적 순수성을 만끽할수 있다 는게 설치작업이 주는 매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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