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안보정책 싸고 연정내 이견 “진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집단적」 자위권 여부가 쟁점/하타 내각 출범 앞두고… 주류 “개헌”에 사회 “호헌”
하타 쓰토무(우전자) 정권탄생이 일보직전에서 주춤하고 있다. 누구를 총리로 뽑느냐에 관한 견해차 때문이 아니라 차기 연정의 기본정책에 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연립여당 대표자회의에서 정치개혁·규제완화·안보·세제 등 9개항의 기본정책중 안보와 세제문제에 관해 신생당 등 주류세력에 사회당이 집요하게 맞서고 있다. 안보문제는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대응과 집단안전보장에 관한 헌법해석상 차이가 주된 논점이다. 세제문제의 경우 고령화사회 대비와 내수확대를 위한 재원확보책으로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율 인상에 사회당이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사회당은 나중에 번복했지만 19일 오전 일단 「안전보장」부분에서 『일본국헌법은 유엔에 의한 안전보장(집단안보)을 이념으로 하고 있는 것을 인식…』이라는 문구를 삽입하는데 동의했다. 「한반도」부분에서는 『(북한 핵문제에 대한)유엔방침이 결정되면 이에 따른다. 정부는 일본국헌법하에서 긴급사태에 대비하는 동시에 미일 또는 한일간 긴밀한 연게로 협조해 대응한다』고 합의됐다.
16일 일본신당에 의해 제출된 초안은 『유엔방침에 따라 비상시에 대비하면서…』로 되어 있었다. 이 2가지안의 차이는 『유엔의 방침과 일본정부의 방침을 나눠 병렬했다는 점』이다. 초안은 『일정부의 대응은 어디까지나 유엔의 방침에 따른다』는 뉘앙스가 강했다. 그러나 19일 합의된 안은 『유엔의 움직임과 별도로 한미일이라는 테두리내에서 긴급사태에 대응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유엔결의와 별도로 미국이 대북제재에 나설 경우를 가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정부」라는 주어를 명기함으로써 국회심의를 거치지 않고 시행령 개정만으로 긴급시에 대응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는 유사시 해상저지활동을 하는 미군에 대한 연료보급 등 후방지원과 한국내 일본인의 피난 등을 위해서는 자위대법·물품관리법의 개정이 필요한데 이때 또 연정이 사회당의 반대로 우왕자왕하지 말자는 것이 감안된 것이다.
사회당은 오후 회의에서 뒤늦게 ▲「긴급사태에 대비」라는 말이 유사시에 대응하는 입법을 인정하는 것이 되고 ▲「유엔에 의한 안전보장(집단조치)이란 표현은 헌법이 인정하지않는 집단적 자위권행사를 용인하는 쪽으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며 이같은 문구의 삭제를 요구해 대표자회의에서 다시 논의키로 했다. 오자와 이치로(소택일랑) 신생당 대표간사는 『일 헌법이 집단적 자위권행사를 금지하고 있으나 유엔가맹국이 국제사회 전체로서 침략행위 등에 대응하는 경우의 집단적 안전보장은 일 헌법 아래상 인정되고 있다』는 소위 「해석개현론자」다. 즉 현행 헌법하에서도 유엔깃발·유엔군지휘하라면 전투병 파병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일본이 이제 돈만 아니라 땀까지 흘리며 국제적인 공헌을 해야 한다며 전투병 파병을 통한 국제공헌을 주장하고 필요하다면 지난 47년에 만든 헌법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일 정국은 오자와를 축으로 하는 개헌론자와 호헌론자로 나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연립여당이 안보와 한반도 부분에서 어떤 식으로 합의할지는 우리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동경=이석구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