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 끝없는 추락 … 이번엔 환경상 정치자금 스캔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각료들의 잇따른 비리로 궁지에 몰렸던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번에는 환경상의 정치자금 문제가 겹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입각한 가모시타 이치로(鴨下一郞) 환경상의 정치자금 관리 단체가 가모시타에게서 빌린 돈이 1000만 엔이라고 기재했으나 실제론 200만 엔만 빌린 것으로 밝혀져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5일 보도했다. 이로써 지난달 출범한 2기 내각에서 엔도 다케히코(遠藤武彦) 전 농수산상이 정치자금 문제로 물러난 데 이어 두 번째 각료를 교체해야 할지도 모르는 처지가 됐다. 엔도 전 농수산상은 자신이 조합장으로 있는 농업공제조합의 농업공제금을 부정으로 수취해 입각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경질됐다.

민주당은 엔도 전 농수산상을 퇴진시킨 여세를 몰아 가모시타 환경상이 나머지 800만 엔에 대해 납득할 만한 증빙자료를 내놓지 못하면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설 태세다. 그 차액만큼 정치자금으로 빼돌렸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베 정권으로선 불과 이틀 만에 다른 각료의 새로운 비리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국민 신뢰와 정국 주도권 회복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는 특히 각료들의 잇따른 불법 정치자금 문제를 의식해 최근 "정치자금 문제에 대해선 명쾌한 설명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불법행위가 나타나면 즉각 해임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아베는 이날 "단순한 기록 착오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자신의 공언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각한 지 열흘 남짓 만에 두 명을 연속 퇴진시키는 것은 자신의 입지를 더욱 좁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10일부터 두 달간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부적절한 각료 인사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어서 아베는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