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외환은 인수 발표 HSBC 서울지점 검사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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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HSBC가 론스타와 외환은행 지분 인수 계약을 발표한 3일 금융감독원은 2주 예정으로 HSBC 서울지점에 대한 정기검사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외환은행 인수와 무관하게 연간 검사계획에 의해 진행되는 정기검사"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다음달 중순께 검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검사 착수 시기가 미묘한 데다 결과에 따라 HSBC의 외환은행 지분 인수 자격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주목된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번 검사는 강도 높게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며 "인수 자격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사항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HSBC는 과거 네 차례나 국내 은행 인수전에 참가해 실사까지 마치고 발을 뺀 전력이 있어 밉보였다"며 "이번에는 감독당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외환은행 인수 계약까지 감행해 검사 강도가 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3년 만에 이뤄지는 이번 검사는 HSBC 서울지점의 경영 실태 평가와 은행법 준수 여부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종합검사다. 검사 대상은 법규 위반이나 범죄행위만이 아니다. 금융사고를 일으켜 공신력을 훼손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업무상 장애 또는 분쟁을 야기한 경우도 제재 대상이 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검사 결과로 인해 금융회사와 임원이 함께 제재를 받으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사안이 심각할 경우 국내 지점에 대한 인허가를 취소당할 수도 있다. 특히 금융관련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으면 금융감독위원회가 지분 소유 승인을 해주지 않을 수 있다.따라서 HSBC가 금융관련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을 경우 외환은행 인수 자격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거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도 금감원의 정기 회계검사에 발목을 잡혀 연임에 실패했다. 금감원은 2004년 회계기준 위반을 문제 삼아 김 행장에게 '문책경고'를 했고, 문책경고 이상을 받은 임원은 일정기간 임원 선임 자격이 제한된다는 감독규정에 따라 연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금융업계는 금감원 검사가 HSBC의 고금리 보통예금인 'HSBC 다이렉트 뱅킹'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이렉트 뱅킹은 오프라인 지점을 통하지 않고 인터넷과 전화 등 온라인으로만 거래하는 통장이다. 거래 전 지점이나 은행 직원의 방문을 통해 본인 확인을 거치도록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본인 확인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HSBC 관계자는 "실명제를 염두에 둬 본인 확인 절차를 철저히 밟았다"며 "이번 검사에서 별다른 지적 사항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HSBC는 지난해 금감원 수시검사에서 모집인 제도를 둔 게 적발돼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올해 초에는 주말에 이자를 계산하지 않았다가 민원이 발생해 나중에 누락된 이자를 반환하기도 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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