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언론에 유감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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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화이트워터」 보도 “믿을 수 없다”/사례 조목조목 들며 불만 토로
화이트워터 사건으로 공화당·언론의 집요한 추궁에 시달리고 있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공화당을 신랄하게 역공한데 이어 언론에 대해서도 완곡하지만 『신뢰할 수 없다』는 식으로 평가를 내려 앞으로 백악관과 언론간에 적지않은 풍파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대통령은 13일 미국 신문편집협회 만찬연설에서 『화이트워터 사건에 대한 언론의 보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평가보다는 오늘의 미국언론을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면서 세가지 점을 지적했다.
첫째,오늘의 미국언론을 어느 한가지로 일반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워싱턴의 언론은 다른지역 언론들보다 심각한 경쟁을 하며 언론자유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지만 제한받지 않는 언론자유는 동시에 책임도 질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거론한 언론의 책임은 최근 뉴스위크·타임지가 번갈아 경쟁적으로 화이트워터 사건 보도에서 오보를 한뒤 백악관에 사과한 전례를 은연중 지적하는 것이었다.
백악관의 한 공보담당자는 화이트워터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미국 언론사의 이름을 엮은 「기사 먹이사슬」이라는 도표를 만들어 일부 집요한 신문사들의 이름을 공개하면서 백악관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바 있다.
셋째,게리슨 케일러의 말을 다시 음미하자는 것이었다.
미네소타주 출신 단편소설작가이자 방송프로의 유머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케일러는 지난 9일 PBS방송에서 『화이트워터에 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신문에서 읽은 것이 전부다. 그런데 신문을 읽고난뒤 사건이 어떻게 된 것인지 더 이해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과 질의응답에서 시종 여유·유머를 잃지 않고 능란하게 얘기를 끌어가던 클린턴 대통령은 케일러의 발언부분을 유별나게 강한 어조로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나아가 『대통령은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다 잊어먹은 17년전 일을 대답하라는 것은 대통령을 그만두고 집에 가서 숙제나 하라는 것』이라며 공화당·언론의 추궁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클린턴 대통령의 이같은 대언론공격은 연일 방송을 타고 있다.
미국언론은 최근 화이트워터 사건 보도와 관련한 언론의 자세에 대해 반성의 태도를 보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지는 최근 이같은 언론자성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정도는 보도과정에 어떤 의문이 있든간에 진실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사설을 통해 결론을 내려 대통령과 언론의 공방이 쉽게 진정될 것 같지 않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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