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외환은행 인수 가를 '5대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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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은행이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15,050원 200 +1.4%) 인수 추진을 강행하면서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법원 판결 전 승인에 부정적인 만큼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쪽이 다수지만 여러가지 변수가 많은 만큼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HSBC의 외환은행 인수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 1심 판결 시점과 연말 대통령 선거를, 그 밖에 변수로 감독당국의 HSBC에 대한 검사, 국정감사, 대주주적격성 심사 등을 꼽고 있다.

◇1심 판결 시점과 내용= 금융당국이 법원 판결 전에는 인수 승인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인 만큼 법원 판결이 언제쯤 나올지가 중요한 변수다. 현재 외환은행 관련 재판은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할 당시 업무상 배임혐의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 3명에 대한 공판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 등에 대한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 공판이다. 최종 판결까지는 빨라도 2~3년은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어서 1심 판결이 계약 유효기간 전 나올지가 포인트다.

현재 HSBC와 론스타의 계약 유효기간은 내년 4월30일까지지만 내년 1월31일까지 HSBC가 인수 승인 신청을 하지 못하더라도 론스타가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승인 신청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 2~3개월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청 기한인 1월31일까지 1심 판결이 나와야 승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1심에서 무죄가 나올 경우 이미 계약이 이뤄진 상황에서 마냥 승인을 늦추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1월말 이전에 판결이 나오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법원이 매주 재판을 열고 있지만, 사안이 복잡하고 관련 증인이 많아 사건 진행 속도는 더딘 편이다.

◇대선= 1심 판결 시점 만큼이나 파급력이 큰 변수로 꼽히는 것이 연말 대선이다. 대선을 앞두고 감독당국이 청와대나 정치권의 눈치를 더 볼 수 밖에 없는데다 누가 대선에서 승리하느냐에 따라 정책기조에 변화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매각이 '불법 매각'이나 '먹튀' 논란 등으로 전국민의 관심사처럼 돼 있어 최고 결정권자의 의중이 반영될 소지가 크다. 외신들도 대선을 주요 변수로 꼽고 있다.

◇HSBC 검사=지난 3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HSBC 서울지점에 대한 감독당국의 검사도 변수다. 정기 검사이긴 하지만 감독당국이 HSBC 인수 강행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만큼 인수 자격에 문제가 될 수 있는 흠결을 찾아낼 수도 있다. 감독당국은 검사 과정에서 △회계 처리 △자산 건전성 △준법 감시 여부 등을 보고 있다. 이번 검사에서 심각한 지적 사항이 나올 경우 국내 지점 인허가 취소까지 가능하다. 검사는 오는 19일경까지 진행되고, 다음달 중순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서울지점의 법규 위반이 나오더라도 반드시 HSBC 본사의 결격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법을 위반하게 된 경위가 본사의 경영방침이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면 본사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 지점의 법규위반은 본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금감원이 주요 사항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다이렉트뱅킹 영업시 본인 확인 여부에 대해서도 미확인 사례가 적발되더라도 형사처벌까지는 힘들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국정감사= 9,10월께로 예상되는 국정감사도 지켜볼 대목이다. 외환은행 매각의 성격상 국민 여론 등에 영향을 받을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을 외국계은행에 넘겨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부상할 경우 HSBC의 인수 전선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응 부재 등 감독당국에 대한 질타도 당국을 섣불리 움직이기 어렵게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감독당국이 진행하고 있는 론스타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관심가는 이벤트다. 감독당국은 론스타로부터 동일인(본인과 특수관계인)과 자산.자본 현황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중이다.

이번 심사는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인지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 결과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할 경우 외환은행 보유 지분 중 4% 초과분은 의결권이 제한되고 금감위 승인을 받아 10%까지만 보유해야 한다. 대주주 자격은 없어지지만 외환은행을 매각하는데 유리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감독당국이 자신들이 승인한 론스타에 대해 부적격자로 판단하는데는 상당한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 수년간 뭐 했느냐"는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법원 판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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