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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주부통신>14.캐나다에 부는 새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94년 들어 캐나다 전역의 도시와 마을에서 새로운 바람이 일고있다.지방 자치정부는 모름지기 가정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바로 그것이다.올해가 유엔이 설정한「세계 가정의 해」인데다 줄어들고 있는 지방 자치정부 의 예산과 커지고 있는 국민들의 기대치가 빚어낸 결과다.
주택.교통.경찰업무.레크리에이션.기간시설등 모든 지방자치 당국의 서비스를 결정할때 가정에 우선권을 둬야 한다는 개념이다.
오타와에 본부를 두고 있는 캐나다 지방자치단체 연방은 5백70개의 회원 자치단체를 두고 있는데,회원들에게 세계 가정의 해를맞아 입에 발린 선언이 아니라 행동으로 무엇인가를 보여주라고 촉구하고 있다.
예를들어 지역센터에서 에어로빅강좌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어린아이를 가진 엄마를 위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유아의 체조교실을 제공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라는 것이다.도시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여태까지는 가정과 지역사회의 유대감을 강화시킨다는게 별로 중요시되지 않았다.
캐나다 베니어 가정연구소의 앨런 미라벨리씨는『대부분의 문화에서는 가정과 지역사회의 유대감이 강력하다.오로지 北美에서만 그유대가 끊겨버렸다.개인의 권리를 강조하다보니 가족들이 고립돼 있다』라고 말한다.
더구나 대부분의 여성들이 직장을 가지게 되면서 무보수로 자연스럽게 가정과 이웃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던 주부들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서드베리에서는 도시의 정치가.지역사회 지도자.서비스 제공자들이 지방정부의 모든 측면을 샅샅이 검토하여 현재의 정책들이 가정에 대해 어떠한 입장인가 알아보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밴쿠버에서는 어린이 권리옹호자와 탁아업무 전문가를 시청직원으로 고용하고 있으며 어느 부서에서라도 시위원회에 업무계획을 낼때면어린이.청소년.가족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모두 열거하게 돼 있다.도시등 지방자치단체가 가족중심으로 정책을 결정하지 않게 되면 많은 가정이 이사를 가버려 세금의 수거가 줄어들고 나아가 주거환경이 쇠퇴하게 된다.
헐의 자문위원으로 있는 이방 발신씨는『76%의 캐나다 국민이도시거주자고 그들중 72%가 어떤 식이든 가족제도 안에서 살고있다는 것을 관리들은 잊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올해 행해진 한 예로 헐에서는 도심의 테니스코트를 이용하려면직접 시청에 가 사용료를 내야했던 옛제도 대신 차가 없는 가정을 위해 테니스장에 직접 낼 수 있게 바꿨고,그 비용을 낼 능력이 없는 가정도 테니스를 칠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뉴펀들랜드 마운트 펄의 시장인 줄리 베트니씨는 지하도가 큰 문제라고 말했다.지하도에 몰려들어 진치고 있는 10대의 깡패들을 피해 어린이들이 6차선 도로를 위험하게 건너다니고 있으며,10대 청소년들의 범죄가 최근 지방자치 선거에서 가장 큰 이슈였다고 한다.
베트니씨는『경험에 비춰보면 가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정책을 결정한다면 문제를 기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가족 중심으로 바뀌는 시각은 베트니씨와 같은 여성 시장과 여성 정치가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 하는 전문가들이 많다.母性的인 반응 덕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가정의 욕구를 무시하는 경우 큰 반발을 각오해야 한다.토론토시는 얼마전 이용객이 줄고 적자운영이라는 등의 이유로 45개의 시립 스케이트장과 1백7개의 시립 수영장의 폐쇄를 발표했다. 시청직원들은 폐쇄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고 판단했겠지만 시민들이 억센 반발을 보이자 시장인 준 롤랜드씨는 스케이트장과 수영장을 계속 유지한다는 발의에 찬성했다.이제 토론토시는4천5백만달러를 다른 방법으로 삭감해야할 처지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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