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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뷰>방송 3社 일제히 폐지 시트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10일 MBC-TV의 시추에이션 코미디 『김가이가』가 막을 내렸다.『김가이가』는 지난해 가을개편때 신설된 프로로 MBC가처음 선보인 시트콤인데다 소재 공모,대본 공동집필등 새로운 제작방식으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결과는 불과 6개월만에 밀려나는 운명을 맞게 됐다.
다른 방송사의 시트콤도 마찬가지다.KBS-2TV『합이 셋이오』도 1년을 못 넘긴채 이미 막을 내렸고 『오박사네 사람들』로국내에 시트콤 바람을 일으킨 장본인인 SBS도 18일부터 단행되는 봄철 프로개편과 함께『오경장』『사랑은 생방 송』등 두편의시트콤을 폐지한다.
시트콤의 요절은 대본.연출.연기와 같은 제작능력 전반이 역부족인 것이 결정적인 사인이었다.
시트콤은 단발적인 액션 중심의 슬랩스틱 코미디와는 달리 문맥의 반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만큼 정교한 구성과 수사를 요한다. 또 연기도 억지라는 인상을 주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워야 한다.시트콤을 가장 미국적이라고 말하는 것도 평소에 제스처에 익숙한 미국인들에게 쉽게 수용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 3社의 시트콤은 큰 수준차 없이 구성은 엉성하고연기는 큰 슬랩스틱코미디의 확대판에 그친 감이 없지 않다.사실시트콤이란 장르는 직수입해 쓰기에는 우리 시청자들의 취향과 잘맞지 않다.여기에다 작가.연출자.연기자 모두 부족한 상태에서 서둘러 신설했으니 졸속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오박사네 사람들』이 의외의 성공을 거두자 시트콤은적은 제작비로 높은 시청률을 올릴수 있는 경제적인 포맷으로 판단하고 아무런 준비없이 프로를 신설한 방송사의 책임이 크다.
그리고 1년도 채 안돼 프로를 폐지하는 조급성도 문제다.처음시도하는 포맷이라면 정착될때까지 어느 정도 여유를 갖고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전문인력들이 생겨나고 제대로된 시트콤을 만들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폐지되는 시트콤들은 시청률면에서는 일정수준을 유지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3社가 약속이나 한듯 동시에 폐지하는 것은 납득이 안간다는게 일선 제작자들의 이야기다.
여기에 대해서는 방송의 공익성에 대한 여론이 정권차원에서부터거세게 일면서 방송사가 무언가 보여주기 위해 심의에서 자주 지적받았던 시트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뒷얘기도 있다.
시트콤의 폐지 동기가 무엇인가는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장사가 된다싶으니까 우후죽순격으로 시트콤을 신설했다가1년도 채 못넘기고 일시에 폐지해 버리는 「냄비체질」은 개선돼야할 듯 싶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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