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에 옮긴 “침략전쟁 제재”/나토공습 의미와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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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세르비아계 협상에 나설 것” 낙관론 우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10일 세르비아군 공습으로 평화정착 기미가 보이던 보스니아사태의 국면이 다시 전환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아비아노 공군기지에서 이날 밤 발진한 나토소속 미 공군 F­16전투기 2대는 고라제시로 진격중이던 세르비아군을 공습,탱크 2대를 파괴하고 다수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라제시는 93년 5월 유엔에 의해 「안전지대」로 선포됐으며 이 지역을 장악하면 자신이 점령하고 있는 보스니아 동부와 서남부지역을 연결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기 때문에 세르비아가 끊임없이 공세를 펼쳐왔었다. 세르비아군에 대한 나토의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공습은 보스니아 유엔평화유지군의 요청을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이 9일 허용함으로써 이뤄졌다.
그간 무수히 반복돼온 나토의 공습경고가 전격 실현된데 따른 향후 전망에 대해 나토 전문가들의 견해는 두갈래로 나뉜다. 우선 유엔과 나토의 의지가 분명해진 만큼 세르비아측의 무모한 침략전쟁이 중단될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가 첫번째다. 세르비아측이 명분과 승산이 없는 전쟁을 중단하고 평화협상 재개를 위한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공습뒤 세르비아측이 즉각 공격을 중단한 것으로 현지 주둔 유엔군 사령부가 발표해 이같은 낙관적 분석은 설득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세르비아측이 이번 공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을 계속할 경우 나토의 공격은 계속될 것이라고 10일 부트로스 갈리 총장은 밝혔다. 그렇게 될 경우 최근 진전을 보여온 보스니아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은 완전 무위로 돌아가게 된다.
세르비아의 후견인을 자처하는 러시아가 어떤 형태로든 개입하면 전면전으로의 확산이라는 사태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요컨대 이날 나토의 공습이 「제2의 사라예보의 총성」이 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같은 우려가 현실적인 것은 세르비아측이 보스니아 사태를 통해 끊임없는 「서방 길들이기」를 시도해왔기 때문이다. 내전 발발 2년째를 맞은 보스니아 사태는 서방측이 강하게 나오면 세르비아측은 주춤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으면 다시 침략전이 계속되는 형태로 진행돼왔다. 따라서 이번에도 나토의 공습으로 세르비아측이 물러서기는 했으나 나토의 대응이 약화되는 순간 다시 공격의 총을 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최악의 시나리오는 세르비아측의 전쟁수행능력이나 러시아의 입장 등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사태전개는 이날 공습을 「분명한 공격행위」라고 규정한 세르비아의 반응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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