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
이에 따라 7월 참의선 선거 참패 이후 정치적 재기를 노린 아베의 2기 내각은 불과 출범 일주일 만에 농수산상을 교체하게 돼 지난해 9월 정권이 출범한 지 1년 만에 사실상 재기 불능의 '식물 정권'으로 전락했다.
우경화의 바람을 등에 업고 총리가 된 아베가 이처럼 궁지에 몰린 것은 민생보다 이념적인 문제에 집착해 '코드 인사'로 일관해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연금 기록 부실, 각료들의 실언과 불법 정치자금을 비롯한 각종 문제가 속출했고 불과 1년 새 5명의 각료가 불미스러운 일로 퇴임하거나 자살했다. 이 가운데 농수산상은 벌써 3명째다. 첫 농수산상이었던 마쓰오카 도시카쓰(松岡利勝)는 불법 정치자금 의혹이 불거지자 의원회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베는 이날 엔도의 후임으로 와카바야시 마사토시(若林正俊) 전 환경상을 바로 기용했다. 자신의 임기 중 세 번째 농수산상이다. 아베가 이렇게 발 빠르게 엔도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을 결정한 것은 참의원에서 제1당의 권력을 장악한 민주당의 공세를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아베 자신의 자질에도 문제가 드러났다"며 엔도의 사퇴에 만족하지 않고 10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그를 상대로 문책 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부적절한 인물들을 잇따라 임명해 농수산성 직원들이 일손을 놓고 업무가 사실상 마비된 데 대한 책임을 지라는 요구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간사장은 더 나아가 이날 기자들에게 "임시국회에서 중의원 해산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치러 민주당이 집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아베는 이런 공세에 대해 일단 "임명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고 밝힌 뒤 한 발 물러나 있다. 그 대신 자민당의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아소 다로(生太郞) 간사장과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관방장관이 전면에서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신뢰가 땅에 떨어진 아베 정권의 붕괴는 시간 문제로 간주되는 분위기다.
도쿄=김동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