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촐해진 정당행사/꽃다발 일체사절/점심식사는 각자/주차비 개인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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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전운동」 시비에 말려들까 “몸조심”/민자 강남을 개편대회 「새정치」 선례
정치개혁입법후 첫 대규모 정당행사인 민자당지구당 개편대회가 전례없이 간소하게 치러져 「새로운 정치」에 밝은 전망을 주고 있다.
6일 낮 서울 강남 KOEX 국제회의실에서 치러진 서울 강남을지구당 개편대회(위원장 정성철)는 일절 화환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리 초청장에 못박아 「화환없는 지구당 개편대회」의 전례를 남기게 됐다.
예전 1만여명 정도에게 뿌리다시피 했던 초청장도 지구당에서 1천3백장만 돌렸을 뿐이다.
참석자에게 의례적으로 제공되던 점심식사와 타월 등 기념품도 일절 보이지 않았다.
참석자들에게 꽃한송이씩을 주려 했으나 그것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그만 두기로 했다.
더불어 꽃다발도 사라지고 말았다. 주차권이나마 받아가려 했던 참석자들은 『주차비도 각자 부담』이라는 주최측의 냉정함에 혀를 내둘렀다. 지구당측은 혹시 사소한 문제라도 생길까봐 그간 선관위에 수차례 문의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최근의 사전선거운동 시비에 당장 영향을 받은 것이다. 19일까지 계속되는 나머지 9곳의 민자당 지구당 개편대회도 마찬가지 분위기다. 행사시간을 모두 오후 2∼4시 사이로 잡아 점심식사시간을 피했다.
특히 사전선거운동 시비로 사퇴한 박태권 충남지사의 전 지역구였던 서산­태안지구당(위원장 이기형)의 개편대회(15일) 몸사림은 더욱 남다르다.
초청장을 8백장으로 줄였고 버스대절 등 청중동원은 아예 생각도 않고 있다.
그간 모으지 못해 안달했던 여타 당원의 참석은 가급적 자제하고 대의원 3백여명 등 4백∼5백명만으로 작은 행사를 치를 계획이라고 한다.
호남지역의 여당 행사는 그간 지역특성상 「세과시」에 상당한 비중을 두어왔었다. 그러나 16일 정주­정읍의 지구당 개편대회(위원장 손양) 준비도 역시 달라진 「정치환경」을 보여주고 있다.
수기는 아예 사용을 금지했다. 너무 분위기가 가라앉을까봐 피킷은 쓸 예정이나 예전에 쓰던 것을 그대로 사용키로 했다.
그간 세과시와 청중동원·금품수수의 잔치판 분위기로 갖가지 후유증을 낳았던 「지구당 개편대회」의 이같은 변모가 단발성으로 그쳐선 안된다는게 정치권 안팎의 바람이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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