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막내린 SBS-TV일과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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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SBS-TV 주말연속극『일과 사랑』이 3일 막을 내렸다.『일과 사랑』은 지난해『질투』『연인』등 젊은층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트렌디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올때 중년의 사랑을 들고 나와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특히 드라마 속에서 늘 개성 이 거세된 가정의 부품처럼 묘사되던 40대여자가 자기일을 갖고 20대처럼열정적인 사랑을 하는 모습은 주부시청자들을 흥분시켰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막을 내릴 때까지 이러한 기대에못미치는 졸작으로 일관했다.
우선 스토리 전개의 개연성이 크게 부족했다.성공한 패션디자이너 문상희(한혜숙)를 중심으로 한 삼각관계는 20대의 사랑을 연상시킨다.일이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때 이들은 사랑에만몰두하는 인물로 묘사된다.홀아비에게 시집가는 노 처녀라면 아이로 인한 갈등을 한번쯤 겪을 법한데 여기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극 중간에 사망한 윤호의 딸 빛나가 아무런 갈등 없이 엄마(김자옥)보다 상희를 더 따르는 상황설정도 작위적인 인상을 준다.
여기에다 극의 구성도 문상희와 기준(이영하)의 애정문제에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쏠려 있어 다른 배역들이 들러리를 서고 있는 것 같다.상희의 부모,윤호를 짝사랑했던 출판사 여직원등 많은 등장인물들이 상희의 삼각관계에 얽혀 자신의 색 깔을 보여주지 못했다.이 때문에 조연배우들의 개성이 전혀 살지못해 다양한시청자층을 끌수 있는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이 크게 부족했던 것 같다. 법원이 작가 홍승연씨의 방영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방영이 2회 중단되는 바람에 6회분을 4회로 줄인 마지막부분은특히 거부감을 줄정도로 구성이 엉성한 부분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중 마지막회에서 빛나의 어머니(김자옥)가 상희에게 전화를 걸어『빛나를 부탁한다』고 유언을 한뒤 5분도 안돼 빛나와 고모가 상희집을 찾아온 것은 시간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작가교체.방영중단등 SBS개국이후 가장 말많고 탈많은 드라마를 서둘러 끝내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마지막까지 최소한의 성의는 보였어야 할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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