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진단에서 수술까지 '돌팔이' 간호조무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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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병원 응급실의 의사 구인난을 틈타 의사 행세를 하며 응급실 환자에게 수술까지 한 '간 큰' 남성 간호조무사가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서울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金炳華)는 1년 가까이 병원에 취업해 환자 9백74명에게 불법 의료행위를 한 혐의(보건범죄단속법 위반)로 간호조무사 朴모(53)씨를 구속 기소했다.

朴씨가 서울 소재 준(準)종합병원급인 S병원에 하루(평균 10시간 근무)에 20만원씩 받기로 하고 취업한 건 지난해 2월. 병원 측은 朴씨가 위조된 면허증을 제시했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보건복지부에 의사로 등록돼 있는지 등을 확인하지 않은 게 실수였다.

"외환위기 이후 신용불량자가 됐다. 외부로 나가는 진단서에는 내 이름을 쓰지 않고 병원 내 진료만 하겠다"는 朴씨의 요청도 별 의심없이 받아들였다. 검찰은 "정식 의사를 고용하려면 일당 40만원 이상을 줘야 함에도 朴씨가 그 절반만 요구한 것도 병원 측의 구미를 당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朴씨는 흉기에 찔린 환자에게 봉합수술을 해주고 폐암 진단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압수수색한 朴씨의 집에선 각종 의약품과 수술기록부 등이 나왔다.

朴씨는 20여년간 병.의원에 조무사로 근무하며 눈여겨 본 의료지식을 활용했다. 한 수사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공중보건의.군의관 등이 일반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을 강력히 단속하면서 응급실 구인난이 가중돼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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