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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내가 할 일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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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앞줄 가운데)가 2일 대구시 달성군 현풍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대위 해단식 및 감사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왼쪽은 이해봉 의원. [대구=오종택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일 대구를 찾았다. 지난달 19일 경선 후 첫 지방행이다. 대구시 달성군민체육관에서 열린 대구.경북 지역 선대위 해단식을 위해서다. 달성군은 그의 지역구다.

그는 해단식에서 "비록 후보가 되지는 못했지만, 여러분의 소중한 뜻을 받들어 제가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바른 정치를 할 것이고, 여러분께 희망을 드리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행사장 밖엔 비가 내렸지만 3000여 명의 지지자가 몰려 분위기가 뜨거웠다. 김무성.허태열.유승민 의원 등 경선 과정에서 박 전 대표를 도왔던 현역 의원 14명이 참석했다. 박 전 대표가 "할 일이 있다"고 언급하자 행사장엔 열기가 고조됐다. '박근혜 계파 결성식'이란 주장이 나왔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박 전 대표가 대선 본선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 대구에서 이런 모임을 한 것 자체가 메시지"라고 웅성거렸다. 그는 지난달 27일 캠프 해단식에서 '정권 교체'나 '화합'과 관련된 말을 거론하지 않았다.

서청원 전 대표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선거인단 선거에서 패배한 이명박 후보는 겸허하지 않으면 선거(대선)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절대 과반수의 지지를 받는 박 전 대표에게 모욕적으로 대하거나 예우를 하지 않으면 그렇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 모든 문제를 사당화해 독식하면 정권을 되찾지 못하게 된다는 걸 경고한다"며 "'반성해야 한다'는 등의 버르장머리 없는 얘기가 안 나오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측 이재오 최고위원은 최근 "박 전 대표측은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유승민 의원은 "박 전 대표는 기득권을 버리고 당의 개혁을 위해 헌신했다"며 "최근 당의 인사 문제 등이 구태로 돌아갈 조짐이 보이자 그런 부분에 대해 경고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많은 참석 의원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무성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이미 '정권 교체를 위한 백의종군'을 다짐했다"며 "'할 일이 있다'는 말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의 성향상 계보 정치는 없을 것"이라며 "정치인으로서 원론적 차원의 말을 한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대구=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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