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있고 솔직한 ‘백악관의 입’ 페리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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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국 백악관 신임 대변인에 여성인 데이너 페리노(35·사진) 백악관 부대변인 겸 공보팀장이 임명됐다. 결장암 재발로 치료 중인 토니 스노 대변인이 지난달 31일 사임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페리노를 선택한 것이다. 백악관 대변인으로 여성이 임명된 것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디디 마이어스(1993년 1월∼94년 12월)에 이어 두번째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백악관 기자실을 직접 찾아 페리노 부대변인을 스노 대변인 후임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하면서 “페리노는 국민에게 현안을 잘 설명하는 능력을 가진 영리하고 유능한 사람으로 기자 여러분을 잘 대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페리노는 “스노 대변인이 남긴 신발은 아주 크지만 내 신발 사이즈는 그보다 작은 6호”라며 겸손해했다.

 로이터 통신은 “스노가 (올 3월 말) 암 치료를 위해 (약 한달 간) 자리를 비웠을 때 페리노가 공백을 잘 메웠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페리노가 기자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보도했다.

 콜로라도에서 성장한 페리노는 서던 콜로라도대학에서 매스컴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중 교내 TV방송 기자를 했고, 일리노이대학 대학원(홍보 전공)에 다닐 때도 CBS방송 제휴사인 지역 TV방송사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그는 졸업 후 콜로라도 출신 댄 쉐퍼 전 공화당 하원의원의 언론담당 보좌관, 법무부 대변인을 지냈다. 2002년부터 백악관 환경의 질 개선위원회 공보국장으로 활약하다 올 3월 백악관 대변인단에 합류했다.

 페리노는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기자들의 질문에 성의있는 태도로 답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슈아 볼튼 백악관 비서실장은 “페리노가 현안을 잘 숙지하고 있고, 솔직하기 때문에 언론과 관계가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페리노의 전망이 밝은 것 만은 아니다.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에 빠진 부시 대통령의 인기가 계속 하락하고 있고, 이라크 상황도 개선될 기미가 없는 데다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공세마저 갈수록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페리노가 백악관 출입기자들과의 좋은 관계를 맺고는 있지만 대변인에게 주어진 중압감이 부대변인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그가 잘 이겨낼지는 미지수다.

 클린턴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32세의 나이로 백악관 대변인이 된 디디 마이어스의 경우 한동안 백악관 ‘얼굴마담’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 당시 클린턴을 당선시킨 전략가이자 실세였던 조지 스테파노플로스 백악관 고문이 모든 정보를 장악하고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직접 브리핑을 했기 때문이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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