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원면허 갱신제 2009년부터 실시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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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지난 10년간 유지해 오던 유토리(느슨하게 풀어 주는) 교육을 철폐해 학력 강화 교육으로 급선회했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수업시간을 늘리는 것은 일본에서 1977년 이후 30년 만의 조치다. 그뿐만 아니라 교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 면허 갱신제를 도입하는 등 교육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수술하기로 했다. 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교사는 실력 입증해야 생존=일 정부는 우선 자질이 부족한 교사들을 과감하게 퇴출하기 위해 교사들에게는 교원면허 갱신제도를 2009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올해 중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 다음 내년 한 해 경과 기간을 거쳐 이듬해부터 실시한다.

초.중.고는 물론 유치원까지 일본의 국.공.사립 학교의 교사들은 내후년부터는 전원 교원면허 갱신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주기는 10년이다. 갱신을 위해서는 관할 교육청이 소재한 대학에서 5일간 30시간에 걸쳐 ▶교사에게 요구되는 역할▶발달장애아에 대한 대응 능력▶커리큘럼 작성 능력▶학부모 요청에 대한 대응 능력 등 교사에게 필요한 자질과 능력을 검증받아야 한다.

일 문부성은 2000년부터 축적된 기초 자료를 토대로 일부 교사에게는 예방형 연수를 받게 할 방침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교사는 교단에서 퇴출할 방침이다. 현재 잠정적으로 부적격자로 분류되는 교사는 506명에 이르고 있다.

◆학생에겐 수업량 대폭 늘려=초등.중학생에게는 주당 1~2시간 수업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일본에선 한국처럼 입시경쟁이 치열해 학생들이 '공부하는 기계'로 전락한다는 지적이 많아 그동안 주입식 교육 탈피를 명분으로 수업시간을 축소해 왔다. 그 대신 학생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유토리 교육을 채택해 학생들은 교실에서의 이론.작문 시간보다는 현장 체험 학습의 기회가 많았다.

이 결과 일본 초등학생 4~6학년의 경우 비교가 가능한 2003년 통계에 따르면 선진국 대비 100시간가량 수업량이 적어졌다. 일본은 연간 709시간인 데 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804시간. 더구나 학교에서 연간 1000시간을 공부하는 네덜란드와 스코틀랜드보다는 20%가 적다. 한국은 일본에도 못 미치는 703시간이다.

1~6학년 전체로는 77년 연간 4339시간이던 초등학교의 수업시간이 계속 감소해 20년 만인 98년에는 4025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일본 문부성은 현재 초등학교 2학년이 6학년이 되는 2011년부터는 주당 1~2시간씩 수업시간을 늘려 연간으론 4235시간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렇게 늘려도 지금의 40대 일본인이 초등학생이었던 70년대보다는 100시간가량 수업량이 적다.

초등학교에서의 수업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중학교에서도 자연스럽게 주당 수업시간이 1시간 늘어난다. 아사히.마이니치를 비롯한 주요 일간지들은 유토리 교육 탈피를 크게 환영하는 등 일본 사회는 교육 대개혁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도쿄= 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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