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주먹」 검은 유착확인/새국면 맞는 「조계사 난동」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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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총무원·왕당파 조직동원 드러나/전국서 행동대… 개혁파 “불국사 뒷돈” 주장/“이번 기회에 고질수술“ 여론확산
조계사 총무원측이 폭력배를 동원,「법승가종단개혁추진회」 소속 승려들을 기습폭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교종단의 구조적 비리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당초 이번 사태는 서의현 총무원장의 3선연임을 둘러싸고 이를 저지하려는 「범종추」 승려들이 지난달 26일부터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중앙종회 장소인 총무원 청사 건물을 에워싸고 농성에 돌입하면서 비롯됐다.
총무원측은 경찰의 도움을 받아 농성승려들을 해산시킨 뒤 지난달 30일 중앙총회를 강행,예상대로 찬성 56표,기권 1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서 원장의 연임을 통과시켰다.
이때까지만해도 이번 사건의 초점이 총무원장 선출을 둘러싼 조계종내 신·구세력간의 내분에 맞춰졌었다.
그러나 총무원측이 이를 위해 폭력배들을 동원한 사실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불교계와 조직폭력과의 구조적 연계가 수면위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강화 보문사,과천 연주암 등 사찰분규 때마다 조직폭력배를 동원한 난투극이 벌어지곤 했었다.
이번 사태에서도 총무원측이 영등포·천호동·경기도 광명시·목포·울산 등 광범위한 지역의 조직폭력배들을 동원한 흔적이 사건현장에서 습득한 폭력배의 무선호출기에 기록된 전화번호나 폭력배들이 타고 온 승용차의 차적조회 등 곳곳에서 발견돼 경찰수사가 압축되어 가고 있다.
이번 폭력사태의 경우 폭력배 동원에 대한 책임자는 총무원 규정부 무송스님(31)이며 이들을 조계사 근처 서울호텔에 투숙시키고 현장에 투입한 총책은 경추분황사 주지 도오스님인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나고 있다.
범종추는 영등포·목포지역 폭력배 동원은 고조사계장과 무송스님이,울산지역은 불국사주지 중원스님의 상좌인 삼현스님이 담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오스님 등은 폭력배 동원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현찰로 호텔 숙박료를 계산하려 했으나 숙박료·부대시설 이용료가 5백만원 가까이 나오자 호텔측이 선금지급을 요구,담보로 맡긴 은행신용카드 전표를 호텔측이 결제하는 바람에 관련 사실이 탄로 나게됐다.
총무원은 호텔측이 지난달 31일 전표 결제 사실을 통보하자 물증이 남는 것을 두려워해 1일 승려 2명을 시켜 현금 5백만원을 서둘러 호텔측에 지불하려 했다.
범종추 승려들은 폭력배 동원을 위한 자금책이 불국사 중원스님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총무원측이 호텔에 제공한 은행신용카드가 불국사 명의의 법인카드였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같은 불교계의 고질적 환부를 과감히 수술해야 한다는 여론이 불교신도는 물론 많은 국민들 사이에 대세를 이루어가는 상황이다.<이훈범기자>
◎“사찰 분규마다 폭력배 동원 단골”
▷무송스님◁
폭력배 동원 주역으로 지목된 무송은 총무원 규정부장 보일스님(49)의 상좌.
「범종추」 소속 승려들은 무송스님이 88년 봉은사 사태 당시 경내에 난입한 폭력배중 한명으로 고종록계장의 권유로 출가,강화 보문사·과천 연주암 등 사찰분규가 있을 때마다 폭력배들을 동원하는 역할을 맡아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 폭력전과가 있어 「금고이상의 형을 받고 복권되지 않은 사람은 승려가 될 수 없다」는 조계종 종헌·종법상 승려 자격조차 없으나 보일스님이 알선해 승려증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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