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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지라 "인질 몸값 380억원 줬다는 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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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을 석방해 주는 대가로 거액의 몸값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한국 정부와 탈레반 측은 아프간 주둔 한국군 연내 철수 등 공식 발표된 석방 조건 외에는 어떠한 이면 합의도 없다며 '몸값 지불설'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라크나 아프간에선 인질 사태 해결을 위해 뒤로 돈이 오간 경우가 적지 않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29일 아프간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한국 정부가 인질 석방을 위해 탈레반에 2000만 파운드(약 380억원)를 주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수도 카불에 주재하고 있는 알자지라 특파원 앨런 피셔는 "정확한 액수는 알 수 없지만 탈레반에 현금을 건넸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카리 모하마드 바시르 탈레반 가즈니주 사령관은 "돈이 관련됐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몸값 수수설을 부인했다.

한국인 피랍사태가 발생한 이후 몸값이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랐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탈레반이 인질 1인당 10만 달러(약 9400만원)의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본지의 아프간 통신원 알리 아부하산(가명)은 "몸값이 인질 1인당 50만~100만 달러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협상장 주변에 돌았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그동안 여러 차례 몸값을 받고 인질을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는 외국군 철군과 수감 동료의 석방을 요구하면서도 막후에선 몸값을 요구하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탈레반은 4월 초 프랑스인 구호단체 직원 두 명을 납치했다가 39일 만에 모두 풀어줬다. 당시 탈레반은 프랑스군의 아프간 철군과 인질.수감자 맞교환을 요구하다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가 "장기적으로 철군할 수 있다"고 말하자 인질을 석방했다. 일간 르몽드는 "정부가 몸값으로 500만 달러를 준비했다"고 보도했지만 지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탈레반은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사진기자 가브리엘레 토르셀로를 납치했다가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200만 달러를 받고 20여 일 만에 풀어줬다고 협상 관계자가 말했다. 3월 발생했던 다니엘레 마스트로자코모 피랍 사건 때도 탈레반 수감자 5명을 석방하고, 수백만 달러의 몸값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는 2002년 이라크에서 자국 언론인 엔조 발도니가 납치.살해된 뒤 인질 구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몸값을 지급해 왔다.

2004년 3월 납치됐다 113일 만에 풀려난 터키인 기술자 살리 아크소의 경우 탈레반은 애초 공사 인력 철수와 사업 철회를 요구하다 "몸값을 달라"고 먼저 요구했다. 터키 정부는 인질이 풀려난 뒤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았다"고 그 사실을 부인했다.

이라크에서도 무장단체에 피랍된 외국인 인질들이 몸값을 대가로 풀려난 사례가 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독일.프랑스.이탈리아는 지난해 5월까지 9명의 인질 석방 대가로 4500만 달러를 건넸다. 2005년 1월 이라크에서 취재 도중 납치돼 5개월 이상 억류됐던 프랑스 리베라시옹지의 여기자 플로랑스 오베나는 1000만 달러에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경환.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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