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부세 1조 거둬 2825억원만 배정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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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005년 여름. 부동산 값 급등으로 민심이 들끓자 정부가 8·31 대책을 내놓을 무렵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헌법보다 고치기 어려운 종합부동산세 제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수도권에서 “종부세를 거둬 재정이 열악한 지방의 자치단체에 나눠주도록 하면 지방이 종부세를 사수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며 이른바 ‘종부세 수호천사론’을 설파했다. 당시 김 실장은 이를 통해 “정권이 바뀌어도 손을 못 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의 ‘수호천사론’이 2년이 지난 요즘 종부세 제도의 강력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초 12조원 규모의 감세 공약을 발표하면서 종부세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이 후보의 공약은 종부세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되 국세인 종부세를 지방세로 돌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즉각 청와대의 공격이 시작됐다. 천호선 대변인은 “지방세로의 통합은 종부세를 폐지하려는 의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 무렵 경남 진주에서 열린 ‘2단계 균형발전 선포식’에서 “지금 종부세를 지방세로 바꾸면 경남의 경우 900억원이 날아간다”며 “이렇게 되면 균형발전 정책을 못 지켜 낸다”고 톤을 높였다. 청와대 공격이 거세지고 지방에서 실제 반발 움직임이 일 조짐을 보이자 이 후보 측은 며칠 후 종부세 공약을 없던 일로 했다.

◆극심한 종부세 격차=30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 신고분은 총 1조7179억원으로 이 가운데 1조3422억원이 실제 걷혔다. 이 돈은 지방교부세 형식으로 부동산 거래세(취득세·등록세) 감소에 따른 손실 보전(8409억원)에 우선 사용되고, 나머지(5013억원)는 균형발전 재원으로 편성돼 각 자치단체에 배분됐다. 이때 배분 기준은 종부세 기여와는 관계없이 각 지자체의 재정여건(80%)이 주로 고려된다.

이 결과 서울은 지난해 1조681억원의 종부세를 거뒀지만 이 가운데 26%(2825억원)만 지방교부세로 배정받았다. 경기도는 3679억원을 거뒀지만 60%(2194억원)만 받았다. 반면 나머지 지역은 거둔 종부세에 비해 평균 3.2배나 되는 자금을 배정받는 ‘종부세 잔치’를 벌였다. 경남 지역은 낸 금액의 7.4배, 전북은 6.4배를 받았으며, 광주·전남·대구·강원·충북·울산도 낸 돈의 3배가 넘는 돈을 지원받았다.

이에 따라 많이 거두고 적게 돌려받는 지자체의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수가 적다 보니 제도를 바꿀 큰 목소리는 내지 못한다. 종부세 관련 위헌소송도 진행 중이지만, 제도의 근간을 흔들 결정은 내려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동일한 대상(집과 토지)에 대해 재산세 외에 종부세를 거두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내용의 위헌소송이 계류 중이다.

재경부 백운찬 부동산 실무기획단 부단장은 “종부세를 지방세가 아닌 국세로 한 것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수도권 지역 집값이 비싸진 것은 정부가 1960∼70년대 이 지역에 더 많은 재원을 배분했기 때문인 만큼 현행 종부세 배분 방식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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