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느낌!] 역사가 눈 감았던 식민지 병사들의 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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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3년 알제리의 청년 사이드(자멜 드부즈)는 “나치로부터 조국 프랑스를 구해내겠다”며 자원 입대한다. 아랍 자원군에는 그 외에도 동생의 결혼 지참금을 벌기 위해 입대한 야시르(사미 나세리), 프랑스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메사우드(로시디 젬), 노력파 압델카데르(사미 부아질) 등이 있다. 이들은 이탈리아에서의 첫 승리에 크게 기여하지만 심각한 인종차별에 직면한다. 영화는 승진·처우 등의 불이익에 항거하면서 프랑스에 동화되기도 하고 이질감을 느끼기도 하는 이들 병사의 내면을 쫓아간다.

 ‘영광의 날들’은 이례적인 전쟁 영화이자 휴먼 드라마다. 지금껏 어떤 전쟁영화에서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들을 주인공으로 불러냈다. 승리자로도, 가해자로도, 혹은 피해자로도 주목받지 못했던 아랍 자원군이다. 역사의 한 켠에서 완전히 지워졌던 인물들. 이들은 종전 후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전쟁 영웅으로 갈채받지도 못했다. 이들이 바로 현재 프랑스에 거주하는 아랍인들의 선조다.

 라시드 부샤렙 감독은 알제리계 프랑스인. 자신의 뿌리와 선조들의 비극을 영화로 만들었다. 살아남은 늙은 병사가 동료들의 무덤을 찾는 것으로 끝나는 영화는, 그간 프랑스 사회에서 문제가 됐던 아랍계 전쟁용사들에 대한 처우 문제를 꼬집는 사회 드라마로도 완성됐다.

 알제리, 모로코 등의 제작 지원을 받았고 프랑스 개봉 시 박스 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됐다. 시사회에 참석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8만 명에 달하는 북아프리카 병사들에게 연금 지급 결정을 발표하기도 했다.

 2006년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공동 수상작(자멜 드부즈, 사미 나세리)이며 2007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원제는 토착민들(Indigenes). ‘영광의 날들’은 영어제목 ‘데이즈 오브 글로리(Days of Glory)’를 번역해 붙였다. 30일 개봉.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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