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 페허, 세르긴호, 푸에르타…그라운드에서 돌연사한 축구 선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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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반 90분을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축구 선수들의 심장은 항상 ‘과부하 상태’다. 무리하게 뛰다 보면 보통 사람보다 심장을 움직이는 심근이 비대해지게 마련이다. 경기 도중 그라운드에 쓰러져 돌연사하는 축구 선수들이 속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페인 축구의 꿈나무 안토니오 푸에르타(23ㆍFC 세비야)가 경기 도중 쓰러진 지 이틀만에 숨졌다. 28일 홈구장‘에스타디오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에서 열린 헤타페와의 경기에서 0-1로 뒤지고 있던 전반 35분경 갑자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의료진의 응급 치료를 받은 푸에르타는 라커룸까지는 스스로 걸어나갔지만 곧 다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으나 심장마비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푸에르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FC 세비야와 AEK 아테네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 리그 평가전은 연기됐다. FC 세비야는 9월 1, 2일 라리가 팀과의 두 경기에서 경기 시작전 1분간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묵념을 올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푸에르타에 앞서 경기 도중 심장 발작으로 숨진 선수들은 누구일까?

우선 2003년 6월 26일 자신의 소속팀인 올랭피크 리요네의 홈 구장인 프랑스 리옹 스타드 드 겔랑에서 쓰러진 마크 비비엥 포(1975∼2003)가 있다. 푸에르타처럼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188㎝의 장신 선수다. 당시 그는 카메룬 국가 대표팀의 일원으로 콜롬비아와 FIFA 컨페더레이션 컵 준결승전에 출전했다. 경기 시작 71분만에 센터 서클 부근에서 쓰러진 그는 응급 조치를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곧바로 사망했다. 부검 결과 심장의 우측 심실(心室)이 팽창해 심장 수축을 돕는 부정맥의 흐름을 막아 심장마비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카메룬-콜롬비아 전에 이어 열린 또다른 준결승전에 출전한 프랑스 대표팀은 티에르 앙리가 결승골을 성공시키자 일제히 그라운드에 모여 양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먼저 세상을 떠난 포에게 추모의 뜻을 표하는 것으로 골 세리머니를 했다.

2004년 1월 25일 포르투갈 빅토리아 경기장에서는 SL 벤피카와 기마레스의 경기가 벌어졌다. 벤피카 소속의 헝가리 출신의 축구 선수 미클로스 페허는 1-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인저리 타임에서 옐로 카드를 받았다. 그 충격 때문인지 갑자기 앞으로 몹시 아픈 표정으로 몸을 앞으로 숙이더니 그라운드 위에 벌렁 나자빠졌다. 심장마비라는 사실을 알아챈 팀 닥터들은 심폐기능소생법을 실시했다. 그에게 옐로 카드를 내민 심판은 ‘살인범’이 되어 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이때쯤 스탠드의 관중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운동장 안으로 돌진했다. 그날 밤 포르투갈 TV는 줄곧 페허에 관한 뉴스를 내보냈다. 자정 직전에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졌다. 그의 사망 원인은 심근 비대증으로 인한 심박 정지로 밝혀졌다. 벤피카 팀은 페허가 평소에 등에 달고 뛰던 29번 셔츠를 일체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등 그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했다. 아직도 벤피카 팀에는 29번을 달고 뛰는 선수는 한 명도 없다.

브라질 캄페오나토 브라질레이로 소속의 파울로 세르지오 데 올리베이라 실바는‘세르긴호’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하다. 그는 2004년 10월 27일 상파울루와의 경기에서 경기시작 60분만에 심장 발작을 일으켜 사망했다.

강인한 체력을 자랑하며 종횡 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은 그만큼 전후반 90분 동안 교체 없이 뛸 가능성도 높다. 그만큼 심장에 많은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돌연사할 가능성도 크다는 얘기다.

[디지털뉴스 dj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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