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보 “이심전심”… 발맞춘 북핵대응/한일 정상회담 뭘 논의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과거사·사할린 한인문제 진일보/경협·통상까지 타결될지는 의문
김영삼대통령은 6박7일간의 일정으로 일본·중국 순방길에 나섰다.
김 대통령은 출국인사를 통해 『이번 일본·중국 순방은 「국가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지구의 어느 곳이든 마다않고 세일즈맨으로서 달려가겠다」고 한 의지를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의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 일본 총리와의 단독 정상회담은 역시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양국 공동대응이 주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서울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는 북한의 노골적인 대남 무력도발 위협과 북한 핵문제가 유엔안보리에서 제재수순을 밟고 있는 긴박한 상황이 그로 하여금 「경제」 세일즈맨이 되는 것을 가로막은 것이다.
김 대통령이 23일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예고한대로 한일·한중 정상회담의 초점은 북한 핵문제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 핵문제에 관한한 한국만큼이나 민감한 일본이므로 양국 정상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노력을 계속해 나가되 북한이 이를 끝내 거부할 경우 유엔을 통한 국제사회의 공동대응에 적극 협력한다는데 쉽게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기도 한 일본은 안보리의 제재수준에 따라 무역금지·자본거래금지·선박 및 항공기 등의 운항금지·서비스거래 금지 등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유엔안보리에서의 결정여부는 중국이 쥐고 있다.
중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 핵문제의 안보리 회부를 표결에 부쳤을 때 기권한바 있다. 기권이 유엔의 대북 경제제재까지를 중국이 용인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임은 물론이다.
리펑(이붕) 중국총리는 22일에도 북핵문제는 대북압력보다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는게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역설한바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국측의 태도는 김 대통령과 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그대로 견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우리측 관계자들은 한중관계 발전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중국이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일지도 모른다며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이날 한일 정상회담에서 의견일치를 볼 것으로 알려진 한·일·중 3국의 동양의학 공동연구 등 세가지 사업의 공동추진에 중국측이 사전 접촉에서 선뜻 동의한 사실로 보아 최소한 대남 도발은 피하도록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도 하고 있다.
아무튼 중국측의 확실한 입장은 28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이에 앞서 한일 정상이 직접 대면,북핵에 대한 강력한 공동대응을 확인하는 것은 이 미묘한 시점에서 중국측에도 다소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양국 정상은 이같은 안보 유대감을 바탕으로 군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와 사할린 한인문제 해결에도 상당한 성과를 올릴 것으로 보이며,나아가 전반적인 관계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러한 우호선린의 기운이 경제·통상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게 될 26일의 확대 정상회담에 얼마만큼 보탬이 될지는 미지수다. 그렇지만 한일 양국 관계자들은 「멀고도 가까운 나라」에서 「가깝고도 진정한 이웃」으로의 신협력시대를 여는 촉매가 될 수도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이번 방일에서 당장은 한반도의 긴장상태로 이러한 점이 부각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길게는 과거사의 속박을 털어내고 말 그대로의 성숙한 동반자관계를 지향하는 이같은 노력이 제값을 받게 되리라 보여진다.<동경=김현일특파원>
◎일본반응/양국 뚜렷한 현안없어 차분한 분위기/언론선 “한국을 이해하자” 다양한 특집
예전보다 성숙해진 한일관계 탓인지 24일 방일하는 김영삼대통령을 맞는 일본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차분한 편이다.
한일간에 첨예한 신경전 양상을 보였던 과거사 문제는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 일본 총리가 역대 어느 총리보다는 강도높은 수준의 사과를 함으로써 외교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데다 김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현안들에 대한 사전조정이 충분히 이뤄진 때문이다.
또하나의 양국 현안인 무역문제에 있어서도 실무자 차원의 협의를 통해 한국의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기술지원을 할 것이며,한일 무역역조도 점진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일본정부의 입장을 전해들은 만큼 이번 김 대통령의 방일은 양국의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강조하는데 큰 의의를 둘 것 같다는게 현지 언론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신문·TV 등 매스컴도 「대한이해」 「양국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등의 제목으로 한국특집을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로 한반도가 긴장상태에 접어듦에 따라 일본 언론들은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대북 대응책과 한·중·일 3국의 향후 협조체제 등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외교전문가들은 과거사 문제 등 감정적 문제로 대립하고 있던 시기의 한국정상 방일은 일종의 「해결사」적인 의미가 있었지만 이렇다할 현안이 없이 이뤄지는 김 대통령의 방일은 성숙된 한일 외교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들은 김 대통령이 취임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이번 방일에 대해 『열리기 시작한 아시아­태평양시대에 약 2천년간의 역사적 교류를 계속해온 한·중·일 3국이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이야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의미부여한 것을 주목하면서 이번 김 대통령의 방일이 일본속에 한국을 가깝게 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일본 경시청은 김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지난 22일부터 숙소인 모토 아카사카(원적판)의 영빈관 일대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으며 약 2만명의 경찰을 동원해 경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경시청은 특히 김 대통령이 머무르는 24일부터 26일까지 특별종합 경비본부를 설치해 하네다(우전) 공항과 영빈관·국회주변 등을 중심으로 입체적인 경계를 펼칠 예정이다.<동경=이석구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