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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총선 한달 앞으로 백인 340년 통치 끝날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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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들이 사상 처음 참정권을 행사하는 南阿共의 多人種 총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달 26일부터 28일까지 3일동안 실시될 예정인 南阿共 총선은 3백40여년동안 계속돼온 소수 백인통치가 종식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南阿共은 48년 국민당이 집권하면서 인종분리정책(아파르트헤이트)을 도입,南阿共 전체 인구의 13.6%에 불과한 백인들이 75.2%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흑인들을 지배하는 모순된 정치체제를 고수,줄곧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아왔다.
89년 인종차별 정책으로 악명이 높았던 피터 보타 대통령이 퇴진하고 프레데릭 데 클레르크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南阿共은 오랜 고립 정책에서 개혁과 개방을 지향하는 새로운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데 클레르크 대통령은 90년2월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적 존재인 넬슨 만델라 당시 아프리카민족회의(ANC)부의장을 27년동안의 감옥생활에서 석방시키고 33개 흑인 저항단체들을 합법화했다.이를 계기로 데 클레르크 대통령은 만델라를 흑 인 공식대표로 인정,「2人3脚」으로 新헌법 제정에 나서 흑백 공존의 새로운 정치에 시동을 걸었다.
南阿共의 26개 흑백 정당협상 대표들의 회의인 민주南阿共회의(CODESA)가 91년12월부터 신헌법 제정을 위한 협상에 들어간지 19개월만인 지난해 7월 일부 흑백 보수정당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南阿共 다인종 총선을 올 4월에 실 시키로 합의했다.이어 지난 연말에는 多黨制 총선을 관장할 과도정부격인 과도행정위원회(TEC)를 출범시키고 南阿共 의회는 과도헌법안을 잇따라 승인,소수 백인통치의 종식을 예고했다.
TEC는 多黨협상에 참여해온 흑백 정당들이 참여,정부의 결정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단체다.TEC에 흑인들이 참여함에 따라 흑인들이 南阿共의 통치에 사상 처음 참여하는 길을 열어놓았다.
다음달 다인종 선거를 통해 구성될 제헌의회가 새 헌법안을 마련할 때까지 5년동안 발효되는 과도헌법안의 주요 내용은 의회는하원 4백명,상원 90명의 양원으로 구성되며 대통령은 의회에서선출하도록 규정되어 있다.각료는 대통령이 원내 의석수에 따라 임명하며 20석 이상을 차지한 정당이 내각에 참여할 자격을 갖도록 되어 있다.
행정구역은 현재 4개주와 보푸타츠와나.트란스케이.시스케이.벤다등 4개의 흑인자치국가를 포함한 10개 흑인거주지구(Homeland)로 돼있는 것을 해체,중앙정부의 통제력이 미치는 9개의 州(Province)로 재편성되도록 돼있다.
흑인거주지구는 南阿共 영토의 13%를 차지하는 변경지역의 불모지로서 전체 흑인 인구의 75%를 수용,다수의 흑인을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흑인들의 참정권을 박탈하는 대신 자치권을 부여한 지역이다.
따라서 과도헌법안의 행정구역 재편 지침과 중앙집권적인 권력구조는「백인들만의 자치국」(Volkstat)을 건설하려는 백인 보수세력과 흑인거주지구에 세력 기반을 갖고 분리자치주의를 요구하는 흑인세력들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서로 힘을 합치는 결과를낳았다. 즉 이번 총선에서 집권이 유력시되고 있는 ANC와 집권 국민당 정부의 정국주도 상황에 맞서 백인 우익단체의 연합체인 아프리카너국민전선(AVF),南阿共 최대 흑인부족 줄루족의 인카타자유당(IFP),흑인자치국 보푸타츠와나등이 지난해 7월 연방제도 도입을 통한 자치권 확보 투쟁을 위해 자유동맹(Freedom Alliance)을 결성하고 나섰다.
각 정당의 입후보자 등록 마감시한이 지난 11일로 임박한 가운데 보푸타츠와나 흑인자치정부가 7일 총선에 불참한다는 최종 입장을 발표한 직후 이 지역에서 총선 참여를 요구하는 ANC지지 흑인들의 폭동이 발생했다.
폭동으로 실각의 위기에 몰린 루카스 망고페 대통령은 즉각 AVF측에 병력 지원을 요청,한때 우익 백인무장세력 5천명이 보푸타츠와나 국경을 넘어 보푸타츠와나 경찰과 충돌하는 위기상황으로 치달았다.
이에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국민당 정부는 정부군을 파견,적극적인 사태 진화에 나섰으며 망고페 대통령도 총선 불참 결정을번복했다.南阿共 정부는 이어 망고페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하고 이 지역에 임시정부를 수립하는등 총선 정국의 돌 발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했다.
결국 보푸타츠와나 자치정부가 ANC가 의도한 흑인 민중폭동을계기로 힘없이 무너지고말아 이번 사태는 ANC의 정치적 위력을실감케 하는 계기가 됐으며 자유동맹 세력의 분열로 이어졌다.
보푸타츠와나와 콘스탄 빌조엔 AVF공동의장이 이끄는 AVF의주류세력 자유전선(Freedom Front)이 총선 불참 노선에서 이탈,현재 줄루족의 인카타자유당.新나치주의 단체인 아프리카너저항운동(AWB)등 자유동맹의 일부 세력들만 이 총선 불참을 고수하고 있다.
그렇지만 AWB는「웬코만도」라고 불리는 약 1만명의 자체 병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보푸타츠와나에서의 실력행사를 통해 총선 정국의 시한폭탄으로 인식되고 있다.이와함께 크와줄루 흑인자치지구를 기반으로 하는 인카타자유당 지도자 망고수투 부텔레지는 여전히『최후의 한 사람까지 싸울 것』이라며 총선 불참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가운데 18일 줄루족의 왕 굿윌 즈웰리티니가 나탈州에 줄루족 독립국 출범을 선포,南阿共 총선 정국에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여기에다 망고페를 몰 아낸 무장봉기가 나탈州의크와줄루 지역에서도 재연되리라는 소문이 무성한 형편이다.
***○…… 萬3천여명 사망 ……○ 90년 데 클레르크 대통령이 만델라를 풀어주고 흑인단체를 합법화시킨 이후 南阿共에서 정치폭력으로 사망한 사람은 모두 1만3천여명에 이른다.지난해만도 4천1백여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정치폭력의 절반 이상이 나탈州의 ANC와 인카타 자 유당 지지자들 사이의 黑黑갈등에서 비롯되고 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들은 한결같이 ANC의 지지율이 60%를넘는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어 ANC의 집권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정국의 불안요인이 가시지 않은채 선거유세가 진행되고 있어 총선 정국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라고 할수 있다.
〈高昌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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