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간의 공식 협상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라도 민간이 나서면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맥락에서 양원창(楊文昌.63) 중국 인민외교학회 회장과 김한규(67) 21세기 한.중 교류협회 회장은 양국 관계에서의 '민간 외교 사령관'이랄 수 있다. 한.중 간 주요 민간 인사들의 꾸준한 교류를 주도해 양국 간의 우의를 높이면서 갈등을 줄이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관들의 등용문인 베이징(北京)외국어학원을 졸업한 양 회장은 서방통이다. 프랑스대사관 참사관을 거쳐 싱가포르 대사와 외교부 본부대사, 외교부 부부장을 거친 뒤 홍콩특파원 공서(公署)의 특파원(일종의 본국 감독관)을 마지막으로 현직에서 은퇴했다. 빼어난 영어 실력에다 강한 친화력을 갖췄다.
양 회장이 이끄는 인민외교학회는 '제2의 외교부'로 불린다. 1949년 12월 만들어졌다. 민간단체의 신분이지만 외교부가 할 수 없는 일을 해내고 있다. 주요 기능은 세계 각국의 전직 대통령.총리.국회의장, 장.차관과 저명 학자 및 연구기관.사회단체 등과의 꾸준한 교류다. 중국 정부는 이 외교학회를 통해 민간 외교를 사실상 관리하고 있다.
총무처 장관과 13,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한규 회장은 15년 전 중국과의 수교를 위해 막후에서 맹활약한 한국의 대표적인 중국통이다. 지난 5년간 무려 260여 회나 중국을 찾았다. 지금까지 예방한 고위인사 가운데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비롯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톈지윈(田紀雲) 전 전인대 부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이 망라돼 있다.
한.중교류협회는 2000년 11월 주룽지(朱鎔基) 당시 중국 총리의 서울 방문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주 총리의 지시로 인민외교학회는 김 장관이 이끄는 교류협회와 정식으로 자매결연을 한 뒤 다양한 교류 활동을 벌여 왔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