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개척자' 서프 구글 부회장 "TV는 죽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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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는 죽었다."

'인터넷의 개척자'로 불리는 빈트 서프(64.사진) 구글 부회장이 TV의 종말을 선언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세계 방송업계 임원들 앞에서 한 연설에서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영국 에든버러에서 열린 국제 TV 페스티벌에서 이뤄진 서프 부회장의 발언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서프 부회장은 30년 전 인터넷 개발에 참여한 몇 안 되는 과학자 중 한 사람으로 정보기술(IT)계에서는 '인터넷의 대부'로 꼽히는 인물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서프 부회장은 "TV의 미래를 보려면 MP3 플레이어가 나오면서 음악 산업이 어떻게 급변했는지를 주목하라"며 "앞으로 다수의 시청자는 TV를 컴퓨터로 내려받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뉴스나 스포츠 중계를 제외하고 TV 프로그램의 85%가 사전에 제작된다"며 "따라서 시청자들은 언제든지 보던 방송을 일시정지해 내려받은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간에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변화는 방송 산업계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투브(YouTube)가 방송의 새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라는 조언이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유투브를 16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그는 또 인터넷 TV가 네트워크의 과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의 지적은 "겁주는 얘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20년 전에도 많은 이가 과부하 문제를 경고하며 인터넷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데 회의적이었으나 30년이 지난 현재 인터넷 이용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서프 부회장은 또 이번 연설에서 인터넷을 통해 우주와 지구를 연결하는 통신시스템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혀 눈길을 모았다. 그는 "그동안 화성탐사선은 라디오 시그널로 지구와 통신해 왔다"며 "앞으로는 인터넷을 통해 2억3500만 마일 떨어진 우주선과 40분 안에 교신하는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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