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비정규직 해법 기업마다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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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신세계 구학서(61·사진) 부회장이 비정규직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는 이랜드 그룹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계산직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돌린 신세계의 결정이 결과적으로 이랜드를 마치 ‘문제기업’처럼 보이게 했다는 것이다.

 구 부회장은 최근 본지 기자와 만나 “비정규직 문제 해법을 둘러싸고 신세계의 결정과 이랜드의 대응이 자꾸 대비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이랜드가 더 어려움에 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는 여력이 있어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돌릴 수 있었지만 이랜드는 사정이 달랐을 수 있어요. 이런 점에서 같은 유통업계 식구로 이랜드에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신세계는 6월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주요 유통업체 중 최초로 비정규직 전원을 8월 11일자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전격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유통업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큰 관심을 끌었다. 이에 비해 이랜드는 뉴코아의 계산직을 외주화(아웃소싱)하고, 홈에버의 비정규직은 선별적으로 정규직화하기로 해 노조 반발과 민주노총의 개입을 불렀다. 이랜드 노조는 요즘도 파업과 매장 점거를 벌인다. 이런 와중에 민주노총까지 개입해 개별 기업의 노사 문제를 넘어 경영계와 노동계 간 비정규직 줄다리기의 시험대가 돼버린 양상이다.

 구 부회장의 발언은 작금의 이랜드 사태에 대한 불만과 안타까움을 드러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랜드의 비정규직 문제 대처 방안이 위법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노조 및 사회 일각의 공격과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의 해법과 견주어 이랜드를 비난하지 말라. 비정규직 문제는 회사마다 처한 사정에 따라 풀어야 하는데 정규직화만이 정답인 것처럼 여기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우리가 전원 정규직 전환을 결정한 것은 고객 서비스의 최일선에 선 이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 생산성을 높이면 임금 비용을 상쇄하고 남을 것이라는 판단이 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 부회장은 이랜드 사측이 노사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장 위기를 모면하고자 원칙을 무너뜨리면 계속 노조에 끌려다니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

 그는 근래 세계적 통상 이슈인 중국산 불량제품 문제도 언급했다. “일부 제품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싼 값에 비해 엄청나게 좋은 물건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일방적인 ‘중국산 때리기’를 경계했다. 그는 “연내에 중국 상하이·톈진에 이마트 매장을 네 군데 열고 내년에는 베이징에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10년 안에 중국 내 이마트 점포를 100군데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 6월 경기도 여주에 문을 연 프리미엄아울렛에 아직 상품 구색이 미흡하다는 여론이 있다는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구 부회장은 “내년부터는 명품업체들이 아웃렛에 들어갈 물건을 고려해 제품을 출하할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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