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건강의수호천사] 내공수련으로 스트레스 말끔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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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학을 한다고 하면 주위 사람들은 꽤나 특이한 사람인 양 바라본다. 하지만 내가 기체조와 단전호흡의 매력에 푹 빠져든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건강에 대한 평범한 욕구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욕구를 지금 100%, 아니 200% 이상 충족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무용이나 각종 운동이라면 가리지 않고 좋아했던 나는 누가 뭐래도 무쇠건강을 자랑해왔다. 하지만 ‘나이 이기는 장사가 없다’는 말처럼 병원과 학교에서의 과중한 업무에 쫓기다 보니 변비도 생기고 차츰 건강에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헬스와 수영도 해봤지만 지속적으로 하기엔 지루하고, 신체에 역점을 둔 움직임이라 몸이 개운해지기는 하나 마음이 강해지는 느낌을 갖기는 힘들었다.

 5년 전쯤 도장이 단지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말로만 듣던 기체조와 단전호흡을 시작했다. 기체조는 온몸의 관절을 부드러우면서도 활발히 움직이는 운동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희한한 포즈가 있어 처음 볼 때는 놀랍기도 하고, 약간 수치감도 느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마음을 비우는 훈련을 통해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내공을 기르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어느덧 빡빡한 사회생활이 훨씬 견디기 쉬워졌다.

 나는 심신이 몹시 힘든 상태에서 효과를 실감해서인지 단전운동이 나와 평생 같이 할 운동이라는 느낌이 왔다. 물론 의사라는 직업이 워낙 시간에 쫓기는지라 도장에는 자주 못 간다. 하지만 집에서 아침에 일어나 30분 정도 복부운동을 시작으로 단전호흡까지 하고 나면 어느새 심신이 새털같이 가벼워진다. 덕분에 변비약도 끊은 지 오래다. 우연히 시작한 단학이 이제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건강지킴이가 된 것이다.

 단학은 옛날 신라시대부터 내려온 건강비법이다. 단지 몸만이 아니라 정신·마음·신체의 세 가지 요소를 같이 훈련시키는 것이 서양운동과 다른 점이다. 몸 안에 있는 208개의 뼈와 280개 이상의 마디를 활성화시키는 갖가지 포즈의 관절운동, 변비에 좋은 복부치기 운동과 자력점을 자극하는 단무, 단전을 통해 우주와 신체의 기를 교환하는 단전호흡 등으로 구성된다.

 가끔 내 환자 중에 유방암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분들이 있다. 기체조와 단전호흡은 이분들께 매우 유용하다. 격렬하지 않으면서 몸의 신진대사를 높이고, 임파와 혈액순환을 도와준다. 또 단전호흡을 통한 내면의 평온은 여성을 잃었다는 상실감을 이겨내도록 도와준다. 내 주변엔 이런 유방암 환자가 여러 분 있다. 그들의 절망과 고통을 덜 수 있는 방법으로, 조심스레 단학을 권하고 싶다.

정수영 교수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영상의학과·유방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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