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거침없고… 실감나고… ‘일반인 토크쇼’ 톡톡 튀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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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연예인 대신 일반인을 출연자로 내세운 리얼리티 쇼가 대세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XTM ‘러브 인 몰디브’, 스토리온 ‘박철쇼’, SBS ‘천인야화’.

SBS ‘천인야화’의 김지은 PD는 “일반인에게도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많아 연예인 토크보다 진솔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예인보다 일반인을 섭외하는 게 더 힘들다”고 털어놨다.

 ‘천인야화’의 경우 매회 아이템에 따라 일반인 5~6명이 출연한다. 출연자를 뽑기 위한 사전 인터뷰는 스크립터-작가-PD 3단계로 진행된다. 스크립터가 각종 인터넷 카페, 아파트 부녀회 등을 샅샅이 훑어 찾아오는 섭외 후보 리스트는 30~50명. 작가가 전화로 3~4시간가량 2차 인터뷰한 뒤 15~20명을 추리면 담당 PD가 2시간에 걸쳐 대면 인터뷰를 한다.

 선정 기준은 ‘말을 잘하느냐’와 ‘사연이 재미있느냐’다. 일반인 출연자에게 가면을 씌우기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얼굴은 고려 사항에서 제외된다. MBC ‘이재용 정선희의 기분 좋은 날’도 22일 가면 쓴 일반인 토크를 시작했다.

케이블 채널에서 일반인 토크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스토리온의 ‘박철쇼’. 20명 가량의 주부 고정 패널은 ‘철스 패밀리’란 이름으로 불린다. 성상담가 구성애씨가 출연한 ‘사랑의 기술’ 코너에 이어 24일 ‘행복전도사’ 최윤희씨의 ‘행복의 기술’ 코너가 시작됐다. 특히 ‘사랑의 기술’은 부부간의 성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케이블 시청률로는 ‘대박’인 1%를 넘으며 큰 인기를 얻었다.

 박철쇼의 강성민 PD는 “초반에는 출연자들이 말하길 주저하는 면이 있었지만 구성애 선생이 교육적인 면으로 끌어줘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오게 됐다”며 “작가와 PD들조차 ‘자위’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를 안 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철스 패밀리들이 서슴없이 경험담을 이야기해줬던 게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철스 패밀리로 출연하는 김지영 주부는 “녹화 중에는 별별 이야기가 다 나오는데 그 중 순한 부분만 추려서 나간다”며 “실제 부부관계에 도움 되는 내용을 많이 배워오기 때문에 남편도 적극 지지해준다”고 말했다.

    한국에 사는 외국 미녀들의 토크쇼 KBS-2TV ‘미녀들의 수다’는 일반인을 활용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케이스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한국인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해 속 시원히 털어놓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프로그램 출발 단계에서는 각 학교의 어학당, 교환학생, 외국인 아마추어 모델 등을 뒤져 출연자를 섭외했다. 어느 정도 한국말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하지만, 한국어가 서툴더라도 캐릭터가 신선하면 OK.

 ‘미녀’란 타이틀에 맞게 외모도 중요했다. 프로그램이 유명해진 지금은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신청하는 이들이 늘었고, 경쟁률도 치열한 편이다. 섭외 뒤엔 비자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학생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매주 1명씩 충원되는 출연자의 비자 문제를 해결하는 게 담당 PD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이 프로그램으로 얼굴을 알린 에바 포비엘 등 몇몇 출연자가 잇따라 연기자로 데뷔하는 등 이제는 외국인 연예인 등용문으로도 통한다. 한 제작진은 “처음에는 한국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자는 의도에서 출연했지만 이제는 점점 연예인화되어 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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