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호남 나들이/17∼18일 정계은퇴후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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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원광대서 명박·전북대서 「한반도 통일」 강연/민주의원 대거수행 정치적 「오해」살까 신경
김대중 아시아·태평양 평화재단 이사장(전 민주당 대표)이 호남 나들이에 나섰다. 김 이사장은 17일 전북 이리 원광대에서 명예정치학박사학위를 받고 18일에는 전주 전북대에서 강연회를 갖는다.
1박2일의 단출한 여행인 김 이사장의 호남 발걸음은 지난 92년 대선이후 처음이다.
원광대에서는 통일문제를 놓고 강연을 하고 전북대에서도 「한반도 통일과 평화」라는 주제로 기념강연을 한다.
김 이사장은 정계은퇴이후 전력을 투구해온 통일문제를 그의 텃밭 호남에서 설파하는 것이다. 물론 정치문제는 사절이다.
그러나 그의 호남행은 구구한 관심을 기울이게 한다. 정계은퇴이후 실로 1년3개월만인 기간이 그의 호남 발길에 의미를 두게 한다. 과거 DJ의 호남행은 정치적 발돋움의 출발점이기도 했던 사실이 더욱 그런 억측을 부추긴다. 호남 사람들에게는 뭔가 애틋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호남의 기초·광역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참패하고 있는 것은 DJ의 행보에 한꺼풀 더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DJ의 아·태재단에서는 이런 정치적 의미를 딱 잘라 부인한다. 이번 호남행에 정치적인 뜻은 없으며 어디까지나 그 지역 대학의 요청을 받아 방문하는 것일뿐이라고 힘을 준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수도권 일원의 대학에서도 여러차례 강연을 했는데 유독 호남이라고 해서 기피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는 반박도 곁들여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내달 중순께 광주방문과 광주대·전남대에서의 강연,망월동 묘역 참배도 같은 맥락에서 보아달라는 얘기다. 그러나 아무래도 DJ의 호남행은 큰 「사건」이라는 의견들이 민주당내에서는 많다. 또 그것은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그의 호남행을 뒤따랐다는 데에서도 알 수 있다. 이런 탓인지 아·태재단 관계자들은 행사의 처음부터 정치적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굉장히 신경을 썼다.
DJ의 아·태재단은 전주·이리에서 학위수여식과 강연말고 당초 김 이사장과는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예정되었던 민주당의 각종 지구당 행사 참석일정을 모두 취소하도록 했다. 어차피 보도진이 따라갈테니 불필요한 오해를 살 필요가 없다는 판단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태재단은 가능한한 이번 행사가 민주당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인상을 주려고 애썼다. 박지원대변인은 보도진의 요청을 받고 전북도지부에 협조를 구했으나 아·태재단의 만류로 이를 포기하기도 했다. 재단의 의사야 어떻든 DJ의 호남행은 지난 대선때 90% 이상의 지지도를 보였던 호남사람들에게 커다란 의미로 다가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이리=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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