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중­알스톰 분쟁타결/“현대와 똑같이 기술이전”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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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부고속철도의 주제작사 선정을 둘러싸고 GEC알스톰과 분쟁을 벌여온 대우중공업은 12일 『기술이전은 주제작사가 아니라 GEC알스톰이 직접 담당하며 현대정공·대우중공업에 공평하게 기술을 이전해준다는데 양측이 합의를 보았다』고 발표했다.
대우중공업의 석진철사장과 GEC알스톰의 다몽 운송사업부문 사장·모로 TGV사업부문 사장은 이날 오전 시내 모호텔에서 만나 기술이전과 관련,대우측도 이미 주제작사로 선정된 현대정공과 같은 지위를 인정받는다는데 합의하고 실무차원의 구체적인 계약내용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우중공업은 사실상 현대정공과 함께 TGV의 공동주제작사가 된 셈이므로 핵심기술을 똑같이 이전받을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주제작사로 선정된 현대정공이 기술이전이나 제작물량배분을 도맡기로 돼 있었다.
대우중공업이 제작하게 될 부분은 총 92량의 기관차중 절반인 46량과 이에 딸린 객차·보조기관차 등 부속차량들이다.
또 이번 합의에 따라 대우중공업과 현대정공은 모터·제어장치 등 핵심부품을 별도로 제작한후 서로 나눠 쓸 수도 있게 됐다.
한편 국산제작물량(약 12억달러) 가운데 ▲대우중공업이 40% ▲현대정공이 40% ▲한진중공업이 20%를 각각 나눠 맡기로 한 컨소시엄의 물량배분 원칙은 그대로 유지된다.
대우중공업의 김광석이사는 『GEC알스톰과의 합의에 따라 이제부터는 주제작사라는 개념이 사라지게 됐다』며 『컨소시엄의 구성에 대한 견해차가 없어져 앞으로 고속철도공단과의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남윤호기자>
◎해설/알스톰,잡은 커지자 양사에 타협 종용
이번에 대우중공업과 현대정공이 한걸음씩 물러섬으로써 양사 모두 독점적임 이익은 포기했지만 차선의 실리를 챙기게 됐다.
현대는 유일한 주제작사라는 지위를 잃었고 대우도 약속받았던 기술의 독점이전에는 실패했지만 둘다 똑같은 수준의 기술과 제작물량을 나누어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자신이 주제작사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대우중공업은 지난해 11월초 GEC알스톰이 현대정공을 주제작사로 선정하자 법원에 GEC알스톰과 고속철도공단의 협상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까지 내는 등 여러 경로로 맞서왔다.
GEC알스톰은 갈수록 잡음이 커지자 공단과의 막판 수주협상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라는 지위마저 흔들릴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게됐고 결국 양사간의 타협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달 법원이 대우측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도,주제작사로서의 대우중공업 지위를 인정하는 묘한 판결을 내린 것도 GEC알스톰이 협상을 서두르게 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에 대해 현대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여러 정황을 고려,GEC알스톰의 타협안에 동의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같은 차량을 2개 업체가 동시에 제작함의로써 시설·인력 등이 중복투자돼 비용을 오히려 높일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남윤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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