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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산업으로 육성하자(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해 가을 파리 극장가에는 두 편의 영화가 동시에 상연되었다. 한편은 미국영화를 대표하는 스필버그 감독의 『주라기공원』이었고,다른 한편은 프랑스가 심혈을 기울여 에밀 졸라의 작품을 영화화한 『제르미날』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제르미날』의 참패로 끝났다. 단순히 한편의 영화 흥행이 어떠했느냐가 아니라 한 나라의 문화 자존심이 걸린 한판의 승부이기도 했다. 이 참패의 아픈 기억이 미국과의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서 영상저작물 개방반대로 나타났고 프랑스 영화 재건이라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영화는 한 나라의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중대한 의미를 지닌 국가전략산업이다. 그러나 지금껏 우리 정부의 영화정책은 「국산영화」 진흥이라는 수준에만 머물러 몇푼의 지원과 명색뿐인 장려로 끝나고 말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정부가 영화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자는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는건 크게 반길 일이다.
문화체육부와 상공자원부는 공동으로 영상산업 육성방안 마련을 위해 민간협의회를 구성하고 영상진흥법을 올해안에 국회에 상정하는 등의 방안을 연구중이라고 한다. 영상산업을 제조업 관련 지식산업으로 분류함으로써 금융 및 세제지원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방침도 획기적이고 영상원을 설립해 영화 인력을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장기적 안목에서 추진돼야 할 사항이다.
문제는 이런 계획들이 영화 『서편제』붐을 타고 일시적으로 거론되다 마는 즉흥적 시책이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진정한 국가전략산업으로 영화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정부·영화제작자·관객에게 고루 확산돼야 한다. 영화에 대해 이들이 삼위일체가 되어 추진해야할 국책사업이라는 인식을 공유해야만 우수한 영화가 제작될 수 있고 이를 아끼는 관객이 줄지어 극장을 찾게 되어 또 더 좋은 영화가 제작될 수 있는 것이다.
한 나라 영화는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수준을 반영한다. 우리가 「패왕별희」라는 중국영화를 통해 중국인의 삶과 의식을 파악하듯,흑택명의 『나생문』에서 일본인의 사생관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문화의식을 대표하는 영화는 무엇인가. 바로 영화 제작자들이 추구해야 할 점이다.
우리나라 영화관객은 한해 4천6백만명으로 집계된다. 이중 80% 이상이 외국영화 관객이고 한국영화 수출액은 수입액의 0.5%에 불과하다. 이 보다 큰 무역역조가 없다. 때문에 수출전략산업으로서도 영화는 마땅히 진흥돼야 하고 그 가능성도 높다. 뿐만 아니라 한자어권­유교문화권으로 대별되는 동북아 문화권에서 문화경쟁력을 살리기 위해서도 우리 영화를 더욱 소중히 가꾸는 시책과 국민의식의 확산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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