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코드 세계평정 멀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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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한글을 비롯해 전세계의 문자를 소프트웨어적으로 거의 완벽하게처리할수 있는 국제표준통일문자코드인 「유니코드(UNICODE)」가 전세계 컴퓨터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특히 운영체제(OS)차원에서 제공되는 유니코드 환경은 차세대O S에 속속 장착돼 국제표준으로 서서히 인정받으면서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유니코드는 미국 컴퓨터업체들이 전세계 소프트웨어시장을 겨냥,한글을 포함한 모든 문자를 똑같은 코드방식으로 표현할수 있도록2바이트(16비트)형태로 만든 새로운 문자표시 체제다.
각국의 다양한 문자를 모두 지원하는 유니코드는 지난 92년 국제표준인「ISO 10646」으로 발표되면서 컴퓨터업계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차세대OS로 올해 최고의 컴퓨터 상품으로 부각되고 있는마이크로소프트의「윈도우NT」가 처음으로 유니코드를 내장한데 이어 IBM과 애플이 연합해 개발하는 OS인「핑크」에도 채택되는등 세계적인 컴퓨터업체들이 잇따라 유니코드를 지 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현재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문자코드는 영문자와 숫자.특수문자등으로 이뤄진「아스키(ASCII)」다.그러나 컴퓨터 보급이 확산되고 컴퓨터환경이 고성능화되면서 새로운 부호체계에 대한 요구 가 커졌다.특히 각 나라의 문자들을 모두 지원할수 있는 코드체계는 이제 전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급변하는 상황에서 가장 절실한 상품조건이 됐다.
사실 현재도 아스키 코드를 각국의 문자로 바꾸는 작업을 통해이같은 목적을 이룰수 있다.그러나 이 방법은 시간과 비용면에서상당한 손실을 가져올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완전한 문자처리가 불가능하고 시스팀마다 일일이 문자코드 전환작업 을 수행해야 한다. 이에따라 미국의 컴퓨터업체들은 2바이트를 기본으로 하는 멀티바이트 코드체계 ISO 10646을 개발.제정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유니코드는 버전 2.0의 출현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세계 유명 컴퓨터 관련업체들도 유니코드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발표할 계획이다.
거의 모든 컴퓨터 관계자들은 차세대 OS와 586급이상의 PC 보급을 고려해 유니코드의 국내 대중화 환경을 95년말께로 전망하면서 국내 컴퓨터환경에 엄청난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지적한다.
한컴퓨터 康泰鎭사장은『그동안 다국적 컴퓨터업체들의 국내 소프트웨어시장 침략을 한글이라는 독특한 문자체계로 번번이 막아내곤했던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었다』고 말했다.이는 세계적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갖고도 국내보급 에 한글화 작업등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니코드의 출현은 한글이라는 무기를 갖고 있던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를 완전히 무장해제시키는 환경을 만든다고 康사장은 지적한다.
또 지금까지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짭짤한 재미까지 보았던 외국소프트웨어의 한글화작업이 없어짐으로써 경영 자체에도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이제 우리의 문화적 성격이 짙은 한국형 SW를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현재 성능과 다양성 차원에서 국내 SW가 세계적인 SW를 능가하기는 사실상 어렵고,한글이라는 방파제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국내소프트웨어 의 유일한 생존길은 문화적 특성을 최대한 살린 SW 개발이라는 것이다.
또 나름대로 유니코드의 출현은 거꾸로 국내 소프트웨어의 세계진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거둘수 있다는 것이다.따라서 우수한 SW 개발에 노력을 경주하면 국내시장을 보호하면서도 외국으로의 진출이라는 두마리 토끼도 잡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李元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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