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태어나야 할 포철(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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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포철의 경영수뇌부에 또 한차례의 물갈이가 단행됐다. 작년 3월 박태준 명예회장을 포함한 최고경영진의 대폭 교체가 있은지 1년만의 일이다. 새로 구성된 최고경영진의 으뜸가는 특징은 두말할 것도 없이 회장의 외부영입이다. 26년의 포철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를 두고 항간에는 두갈래의 시각이 엇갈린다. 거대한 공기업에 새바람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유능한 외부인사가 필요하다는 긍정론과 철강산업에는 전문가가 기용돼야 한다는 그에 대한 반론이다.
새 경영진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어디까지나 이들의 경영능력을 토대로 해야 하는 만큼 훗날로 미뤄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한가지 분명한 것은 새 김만제체제의 포철에 쏠리는 국민적 기대가 엄청나게 크다는 사실이다.
공기업 수뇌부의 갈등관계가 자율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외무부의 개입을 부르게 된다는 것이 포철 경영진 교체가 남긴 교훈이며,이 교훈은 새 경영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어떤 조직이든 지도층의 갈등구조를 가지고는 순조로운 발전이 절대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김 회장체제가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은 전임 최고경영진의 내분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손상되었을 전체 조직의 인화와 단합을 복원시키는 일이다. 국민들은 우선 이를 추진하는 새 경영진의 역량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세계굴지의 철강기업으로 성장한 포철의 국민경제적 중요성은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 더구나 지난달에는 제2이동통신의 지배주주로 선정돼 국가기간산업체로서의 비중은 한층 높아졌다. 철강과 통신산업에서 포철이 갖추게 될 경쟁력은 그것을 중간 투입물로 사용하는 다른 산업의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새 경영진이 앞으로 포철의 경쟁력을 한단계 더 높이는데 성공하느냐의 여부는 이번 경영진 교체에 대한 훗날의 평가를 좌우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김 회장체제 출범에 붙여 또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은 포철이 누리는 독점적 지위와 관련된 것이다. 독점에서 생기는 초과 이윤은 크게 보아 기업구성원들의 복지를 늘리거나,품질향상 또는 가격인하를 통해 소비자의 이익을 키워주는데 사용될 수 있다. 새 경영진은 공기업으로서의 포철이 두가지 과제를 얼마나 균형있게 배려했는가를 다시 점검,새로운 경영방침을 세워야 할 것이다. 지난날 철강수요가 현저히 늘어날 때마다 독점공급자의 횡포에 대한 업계의 불평이 확산됐던 연유를 철저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주요 경제부처와 민간기업을 이끌었던 새 회장의 경륜과 오랜 기간 포철 경영의 일선에서 쌓아온 새 사장단의 현장경험이 효과적으로 융합돼 그것이 국가기간산업의 공공성과 효율성 제고에 얼마나 기여하는가를 우리는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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