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자실 폐쇄하면 공무원 감시 어려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노무현 정부의 취재 지원 선진화 방안을 놓고 정부와 기자들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 를 위해 취재 접근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반발에 한나라당이 가세하면서 정치 쟁점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자 국정홍보처의 취재봉쇄 방안보다 훨씬 강경한 방안을 내놨던 경찰이 한발 물러섰다.

◆"현 정부의 언론정책은 독재"=한나라당 의원들은 23일 금융감독원.서울경찰청.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을 찾았다. 브리핑룸 통폐합 현장을 직접 파악하기 위해 전날에 이어 이틀째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의원들은 "현 정부의 언론정책은 독재"라며 "각 부처의 기자실이 폐쇄되면 공무원에 대한 언론의 감시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심재철 의원은 "대못을 쳐야 하는 곳은 기자실이 아니라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의 입"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있는 식의약청 간담회에서 박찬숙 의원은 식의약청 관계자와 설전을 벌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식의약청 기자실은 어떻게 됩니까.

"과천 정부종합청사에 개장될 통합 브리핑룸으로 옮겨갑니다."

-은평구 녹번동에서 과천을 가려면 차가 막힐 경우 2시간도 더 걸리는데 조류 인플루엔자처럼 국민에게 시급히 알려야 할 사안은 어떻게 할 겁니까.

"e-메일로 보도자료를 보내면 됩니다."

-e-메일로 보도자료를 보내면 질의응답 등이 생략돼 기자들이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흥분한 어조로) 말이 됩니까.

의원들은 또 서울경찰청을 방문해선 "아직 새로운 브리핑룸을 만드는 공사는 하지 않고 있다"는 당초 설명과 달리 공사가 진행 중임을 확인했다. 이들은 "국회의원들에게 거짓말까지 해가며 언론 탄압을 준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은 현장 방문 뒤 김형오 원내대표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 결과 이번 조치를 이끌고 있는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에 대한 파면결의안을 국회 운영위원회에 내기로 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도 기자들을 만나 "정부와 우리가 (기자실 폐쇄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며 "우리는 닫힌 사회가 아니라 열린 사회이기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발 물러선 경찰=경찰은 기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방향을 선회했다. 경찰은 가장 문제가 됐던 일선 경찰서 취재제한 조치와 관련, 수사상 필요한 보안구역을 제외한 모든 공간에 대해 기자들의 자유 출입을 허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 취재를 할 경우 사전에 공문을 보내야 하고, 전화 취재를 할 땐 홍보담당관실을 경유토록 한 조항도 삭제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경찰은 본청에 개방형 브리핑룸과 송고실을 설치하고 서울 경찰청 기자실은 개방형 브리핑룸으로 전환하기로 한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출입기자들은 이날 간사단을 확대 개편하고 취재 접근권 보장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5개 항의 요구 사안을 국정홍보처와 외교부에 보냈다.

이철희.최현철.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