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반체제인사 체포 바람/최근 자이웨이민등 8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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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의 인권­통상 연계정책 도전/풀려난 웨이징성 행방묘연
【북경·홍콩 AFP·로이터=연합】 중국이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잇따라 반체제 인사들을 체포,인권과 통상문제를 연계하는 미국의 정책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나섰다.
중국경찰은 6일 천안문사태의 학생지도자중 한명인 자이웨이민을 체포함으로써 최근 수일동안 구금된 중국 반체제인사는 최소한 8명으로 늘어났다.
또 당국에 다시 체포됐다가 풀려난 중국의 핵심 반체제인사 웨이징성(위경생)이 석방된지 하루만인 이날 돌연 북경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전해져 그의 행방과 관련,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당국의 이같은 조치는 인권개선 여부를 중국에 대한 무역최혜국(MFN) 지위경신과 연계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을 무시하는 것으로 인권문제에 대한 외부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평가한다.
11일부터 4일간 중국을 방문할 예정인 크리스토퍼 장관은 전날 하와이에서 『방중의 최우선 과제는 인권문제』라고 천명했었다.
또 중국방문을 마치고 홍콩에 들른 존 새턱 미 국무부 인권담당 차관보도 이날 일련의 반체제인사 체포에 대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논평하고 이것이 크리스토퍼 장관의 방중에 암운을 던져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천안문사태후 「반혁명 선전·선동」혐의로 3년6개월간 복역한뒤 지난해 9월13일 석방된 자이는 6일 오후 2시40분쯤 북경 북부 청화대학 인근에서 빨간색 폴크스바겐 승용차를 탄 경찰관 4명에 의해 납치됐다고 그의 동료가 전화통화를 통해 밝혔다.
◎미­중 인권마찰 속사정/「최혜국」시비에 정면돌파 포석/홍콩반환문제 미의 “영 지지” 불만도 한몫
미국과 중국이 중국내 인권문제를 둘러싸고 일촉즉발의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은 존 새턱 미 국무부 인권담당 차관보가 중국방문을 마치고 홍콩으로 떠난 직후인 5일 천안문사태 학생지도자중 한사람인 웨이징성(위경생)을 비롯한 반체제인사 5명을 전격 체포,인권개선을 요구해온 미국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나섰다.
중국의 이번조치는 미국의 새턱 차관보가 중국을 방문해 반체제 인사를 만난 직후 취해진데다 특히 11일로 예정된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의 방중을 앞둔 상황에서 취해져 다분히 미국의 요구를 깔아뭉개는 대외 시위적 성격이 짙다.
중국정부측은 위의 구금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미국에 대해 『위의 구금은 그가 가석방 관련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이라며 실정법 위반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대미 강경조치는 중국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팽배해진 내부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 중국의 군부를 비롯,정치원로들은 홍콩문제를 둘러싸고 영국과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이 영국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데 대해서도 심기가 몹시 불편해 있는 지적이다.
중국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추진했던 2000년 올림픽유치가 인권문제를 내세운 미국의 반대로 무산된데 대한 반감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영국입장을 두둔하고 나서고 특히 무역최혜국(MFN)과 인권문제를 연계시켜 중국을 압박함으로써 중국지도부로서도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전례없이 미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데는 해를 거듭할수록 무섭게 부상하고 있는 경제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시장이 중국수출량의 3분의 1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최대시장인 것은 사실이지만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군사시설의 민영화·통신·항공 등에 미국업계가 군침을 흘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결코 중국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무튼 11일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의 중국방문은 인권과 MFN을 연계한 미국정부측의 입장과 이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중국정부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있는 상황속에서 미중 관계가 어떤 식으로 정립되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북경=문일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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