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맵기어때요> 3.수중발레 권미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수중발레 대표선수생활 5년째를 맞는 權美羅(21.숙명여대2).탤런트 李상아를 떠올리게 하는 해맑은 얼굴과 1m70㎝.52㎏의 서구적인 체격을 가진 미녀.
긴 다리를 가져 발레리나를 꿈꾸던 국민학생시절 수영장에서 우연히 만난 金玲采현대표팀감독의 권유로 수중발레를 시작한지 10년이 넘었다.
지나칠정도로 발랄한 성격이 발레리나보다 수중발레가 어울릴 것이라는 金감독의 이야기에 부모님이 고개를 끄덕거려 운명이 바뀌고 만것.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이제 갓 스무살을 넘어선 새내기 숙녀의 발랄함을 간직하고 있지만 기나긴 선수촌 생활로 이제 외로움에 익숙해진 성숙함마저 느껴진다.
이른 새벽부터 시작되는 훈련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선수숙소의조그마한 침대에 몸을 쓰러뜨린채 골아떨어지는 날이 허다하지만 이따금씩 잠이 안올때면 릴케의 시집을 꺼내든다.
젊음의 격정적 정서가 잔잔하게 다가오는 릴케의 시가 고된 훈련속에 가슴 깊이 품어둔 그리움에 너무 어울리기 때문이다.선수촌생활로 성숙이 더딘(?)대표선수들은 포근한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휴일을 어린애처럼 고대하지만 권미라는 사 정이 다르다.부모님이 사업차 외국으로 떠나신지 벌써 오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강렬한 원색보다 흰색과 검정,그리고 여백이주는 잔잔함을 좋아하게 됐다.단색의 옷과 생머리를 고집할 정도로 성격이 변한 권미라는 독서와 음악이 가장 친한 벗이 됐다.
〈辛聖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