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토론방] 혼잡 통행료 징수 확대해야 하나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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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시가 혼잡통행료 구간을 확대하는 것은 시의적절하지 않다. 올해 대중교통노선 체계 개편 이후 버스 서비스가 향상된 뒤에 확대해도 늦지 않다. 특히 우회도로 등 교통 인프라가 완비된 뒤에 통행료 징수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의 혼잡통행료 실태를 살펴보자. 2002년 남산 1, 3호 터널을 통과한 차량 중 37%인 7백94만대만 통행료를 냈다. 63%인 1천3백42만대는 혼잡통행료와 무관했다. 지금과 같이 대중교통 노선이나 서비스가 승용차 수요를 대중교통으로 끌어들이기에 수월치 않은 상황에서 통행료 징수 지역을 확대한다고 해서 승용차가 크게 줄 것이라고 보는 것은 타당치 않다. 철저한 준비 없이 여러 지역에서 통행료를 징수하는 것은 혼잡을 완화하기보다는 병목현상을 일으켜 오히려 혼잡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혼잡통행료를 확대 시행할 경우 현행 2인 이하 승용차에만 부과하고 있는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 현재처럼 다인승 차량에 혜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니면 대중교통수단을 제외한 모든 차량에 부과하는 것이 좋은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혼잡을 일으키는 것은 차량이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여건에 알맞은 대체교통수단의 개발과 적절한 교통시스템 개선 정책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뒤 혼잡통행료 정책을 확대 시행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김창균 관동대 교수.교통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