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령화 사회 대책] '표 떨어질라' 연금은 안 고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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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허전하다-.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에 꼭 들었을 법한 연금개혁이 빠져 있기에 나오는 말이다.

급속한 고령화를 대비해 추진해야 할 국민연금 개혁은 계속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많은 국민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물론 정부도 선거를 앞두고 굳이 건드릴 이유가 없다는 판단인 듯하다. 그러나 지난해 국민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로 몸살을 앓았던 프랑스나 오스트리아의 예는 고령화와 연금개혁이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보여준다.

고령사회 대책의 두 바퀴는 소득보장과 건강증진이다. 소득보장에 있어 국민연금이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2000년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율이 7%를 넘어서면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2019년에는 14%가 돼 고령사회가 된다. 게다가 연금제도는 돈을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1988년 출발했다. 연금개혁이 고령화 대책의 핵심이 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도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폐기 직전에 놓여 있다. 국회에서 막았고 청와대도 손을 놓았다. 노동계는 물론 재계.국민 어느 누구도 찬성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개정안은 보험료를 소득의 9%에서 15.9%로 올리고 받는 연금은 퇴직 전 소득의 60%에서 50%로 깎자는 것이다. 그래서 기금 고갈 시기를 2047년에서 2070년으로 늦춰 고령화에 대비하도록 했다.

청와대나 국회가 손을 놓은 배경에는 '고통스럽기만 한 개혁을 왜 내가 하느냐'는 판단이 깔려 있다. 물론 저출산.고령화 대책도 국가의 장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청와대 인구.고령사회 대책팀이 각 부처의 이견을 그런 대로 조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책은 인기도 끌 수 있고 비교적 손쉽기 때문에 지난해 10월 24일 대책팀이 꾸려진 지 3개월 만에 나왔다. 하지만 2년가량 사회적 논의 끝에 마련된 연금개혁은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 국민연금보다 재정 상태가 더 안 좋은 군인.공무원.사학연금도 마찬가지로 어느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고 있다.

성균관대 경제학부 안종범 교수는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저부담-고급여로 잘못 설계된 국민연금 개혁"이라면서 "총선을 겨냥한 인기 대책보다는 연금개혁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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