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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검증은 이제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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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통합민주신당 오충일 대표(左)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신당.열린우리당 최고위원회 통합수임기구 합동회의에서 합당 합의문 발표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범여권은 20일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리하자 일제히 "각종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형식상의 경선"이라고 공격했다. 주자들은 특히 이 후보를 상대할 최강의 적수가 자신들임을 강조했다.

손학규 전 지사 측 우상호 대변인은 "이 후보가 아직 국민의 최종 선택을 받은 것은 아니다"며 "이 후보를 둘러싼 많은 의혹이 어느 것 하나 해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 측의 양승조 대변인은 "형식에선 당내 민주화가 진일보한 경선"이라면서도 "그러나 실제 경선 내용에선 한나라당이 각종 의혹을 검증할 능력이 없음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각 정당들도 나서 "검증은 이제부터이고 이 후보의 모든 의혹은 살아 있다"(대통합민주신당 이낙연 대변인), "한나라당 경선은 면죄부를 주는 검증 과정"(민주노동당 김형탁 대변인)이라고 공격했다.

내부에선 이 후보의 신승(辛勝)을 놓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의 민병두 의원은 "한나라당 전당대회 결과로만 보면 대표성에선 박근혜 후보가 앞선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당원.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현장 투표에선 이기고 여론조사에서 진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한나라당의 정신적 후보는 박근혜라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경선 이후 당내 분열을 기대하고 있음을 내비친 발언이다. 민주신당의 한 의원은 "한나라당 내부 차원에서 보면 박근혜 후보의 이 후보 필패론이 먹힌 것"이라며 "반면 일반인 대상의 여론조사는 이미지 조사라는 차원에서 이런 두려움이 침투되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범여권에선 "박 후보가 경선 패배 후 곧바로 승복을 약속하며 단합을 호소한 점은 우리도 주목할 대목"이라며 박 후보의 경선 승복을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박 후보 지지 인사들이 쉽게 이 후보 측과 융화될지는 의문"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범여권 주자들은 이 후보를 겨냥한 비교 우위를 강조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지금까지의 '노무현 대통령 대 이명박 후보' 구도가 '손학규 대 이명박' 구도로 바뀌며 '깨끗한 후보 대 낡고 부패한 후보' '토목공사 경제대통령 대 첨단 경제대통령' 구도가 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 지사 측은 '주공 아파트 보유 서민후보 대 미지수 재산후보'의 대립각도 준비 중이다.

정 전 의장은 "한나라당은 오늘 지는 길을 선택했다"며 "대한민국은 어제의 전과자, 오늘의 거짓말쟁이, 내일의 범법자를 대통령으로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의장 측의 박영선 의원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이번 대선은 '개성공단 후보 대 청계천 후보' '대륙철도 후보 대 대운하 후보'의 한판 승부"라고 강조했다. 정 전 의장의 남북 화해.경협을 통한 경제 성장론인 '평화 경제론'을 전면 부각할 방침이다.

이해찬 전 총리 측 양승조 대변인은 "이 전 총리는 땅투기 같은 의혹이 없고 도덕적으로 깨끗한 후보로 국정운영 능력에서도 이 후보보다 뛰어나다"며 "범여권 정통성을 가진 이 전 총리가 수구냉전 세력을 대표하는 이 후보와 싸워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덕성과 민주.개혁 정통성에 국정 경험을 갖춘 이 전 총리가 경쟁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민주당 대선 예비 후보인 조순형 의원은 "이번 대선은 비전.정책에서 선의의 경쟁이 돼야 한다"며 "이 후보는 도덕성 의혹 등을 이른 시일 내 정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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