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경기·호남 승리, 다른 곳 모두 열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20일 오후 한나라당 경선 개표 초반 이명박 후보 측 관계자들의 표정엔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예상 외로 박근혜 후보가 선거인단(여론조사 제외) 투표에서 강세를 보여 2000~3000표 차로 앞서나갔기 때문이다.

나중에 서울 지역 개표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표차는 432표로 줄었지만 끝내 이 후보가 뒤집지는 못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추가로 합산되고 나서야 최종 승자가 이 후보로 결정됐지만 이런 결과는 이 후보가 선거인단에서만 6~7%포인트 앞섰다는 기존의 각종 여론조사의 예측과 많이 다른 것이다. 결과적으로 민심에선 이 후보가 이겼지만 당심에선 박 후보에게 뒤졌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지역별로 보면 이 후보는 서울.경기.광주.전남.전북 등 5곳에서만 이겼고 박 후보는 영남.충청권 전 지역을 비롯, 인천.강원.제주에서 승리했다. 이 후보는 서울에선 58.0% 대 39.8%의 압도적 승리(5077표)를 거뒀으나 나머지 지역에선 별 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서울과 맞먹는 규모의 경기에서 불과 236표밖에 박 후보를 따돌리지 못했고 호남권의 투표율이 저조했던 탓에 광주와 전남.북에서도 1885표를 앞서는 데 그쳤다. 결국 서울의 표차가 그대로 경선 결과로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후보는 자신의 텃밭인 대구에서 68.3%와 31.0%로 더블 스코어로 이긴 것을 비롯, 영남권과 충청권에서 서울의 열세를 만회했다.

특히 전반적으로 높았던 영남권의 투표율이 박 후보에게 도움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협위원장(옛 지구당위원장) 지지 인원이 절대 열세 지역이어서 이 후보 강세지역으로 분류됐던 경기.인천.울산 등지에서 선전한 점도 눈에 띈다. 박 후보 캠프에선 경선 2~3일 전부터 "인천.경기지역 선거인단의 바닥 표심이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두고 보라"고 장담했었는데 허언은 아니었던 셈이다.

당내에선 이 같은 결과를 두고 막판에 박 후보 측이 "불안한 이 후보로는 정권교체가 어렵다"고 집중적으로 호소한 게 선거인단에 상당히 먹혀 들어간 결과로 보고 있다.

특히 당협위원장이 추천한 대의원 그룹보다 추첨으로 뽑힌 당원.국민참여선거인단 그룹에서 '이명박 필패론'에 민감하게 반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 효과'도 작용=여기에다 선거 막바지에 터져나온 검찰의 도곡동땅 중간수사 발표도 이 후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승리 예상자'로 표가 몰리는 쏠림 효과는 안 나타났고 격차가 확 줄어들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가 '영남+충청' 연합으로도 서울 지역 열세 하나를 커버하기 힘들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대선에서 수도권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이날 "이 후보는 상대적으로 응집력이 약한 수도권.호남에서, 박 후보는 응집력이 강한 영남.충청에 기반을 뒀기 때문에 여론조사에는 잡히지 않지만 막상 개표함을 열어보면 박 후보가 의외의 강세를 나타낼 여지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어떤 네거티브에도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이 후보의 서울지역 지지기반은 본선에서도 든든한 밑천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하.이가영 기자

◆당심(黨心)=한나라당 경선 투표에 참여한 당원(30%).대의원(20%)과 국민참여 선거인단(30%)을 통틀어 부르는 말. 국민참여 선거인단은 당원은 아니지만 한나라당에 대한 적극적 지지층이란 점에서 당원들의 정서를 반영한다고 본다.

◆민심(民心)=한나라당은 시중 여론을 반영하기 위해 일반국민을 상대로 여론조사(20%)를 했다. 일반 국민 중에서 무작위로 뽑아 여론을 묻는 방식이어서 범여권 지지자 성향 유권자들의 의견도 반영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