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깨끗이 승복 … 백의종군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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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겠습니다." "경선 과정의 모든 일들, 이제 잊어버립시다."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는 20일 대선 후보 경선전에 패배한 뒤 이렇게 말했다. 그의 발언이 진행되는 동안 전당대회장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가 한마디가 끝나면 환호하는 사이클이 이어졌다.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그의 낮고 또박또박한 음성의 발언에 '아름다운 패배'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박 후보는 "하루아침에 잊을 수 없다면 며칠, 몇 날이 걸려서라도 잊읍시다. 다시 열정으로 채워진 마음으로 돌아와서, 그 열정을 정권교체에 쏟아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저는 늘 여러분의 과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과분한 사랑을 보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사랑을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인사했다.

패자의 연설이 끝난 뒤 전당대회장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가득 찼다.

일부 박 후보 측 지지자는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에 앞서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이 "이명박 후보 당선!"을 선언할 때도 박 후보는 미소를 머금었다. '흔쾌한 경선 승복'이라는 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미소였다.

그는 연설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명박 후보님,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국민과 당원의 10년 염원을 부디 명심해 정권교체에 반드시 성공해 달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후 아무런 언급 없이 곧장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행사장 밖에선 지지자들이 "경선 무효"를 외치며 연좌농성을 벌였다. 일부 지지자는 "전국 248개 투표소에서 이뤄진 현장투표에선 432표 차로 이겼다"며 "박 후보가 진정한 승자"라고 주장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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