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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미국 대선] "부시를 화성으로" 폭소·환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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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하루 앞둔 18일, 전체 인구가 2백90만명인 중부 아이오와주는 들썩였다. 미 전역에서 몰려온 각 후보 캠프의 선거운동원 수천명이 일주일 이상 유권자들을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해왔기 때문이다. 수십년 만에 만끽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와 '유권자 대접'에 아이오와 유권자들도 싫지 않은 듯했다.

이날 아침엔 영하 15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몰아닥쳤다. 하지만 오전 8시30분 디모인시 외곽 브로드웨이 애버뉴의 철강노조 강당은 후끈 달아올랐다.

"우리가 원하는 게 누굽니까." 앞자리에 선 노조간부가 큰소리로 묻자 1백50여명의 노조원들은 "게파트"라고 함성을 질렀다.

"그를 어디로 보낼까요." "백악관.""그럼 부시 대통령은 어디로 보내죠." "화성~."

환성과 폭소가 터졌다. 최근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화성 탐사계획을 빗댄 비아냥이다. 오전 9시35분, 딕 게파트 하원의원(미주리주)이 도착했다.

"부시는 보통사람들의 고통을 모릅니다. 난 트럭운전사의 아들입니다. 절대로 가난한 사람들을 잊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꿈을 실현할 도구가 되겠습니다."

'게파트''게파트' 연호가 터지고 앞자리의 여성노동자 두명은 연신 눈물을 훔쳐댔다. 오전 10시, 참석자들은 두툼한 선거팸플릿을 한움큼씩 안고 유권자들의 집을 향해 뿔뿔이 흩어졌다.

오전 11시, 디모인시 중심가에 위치한 하워드 딘 전 주지사(버몬트)의 선거캠프는 이,삼십대 자원봉사자 수백명이 몰려 폐장 직전의 증권시장 같았다. 딘 후보는 인터넷과 자원봉사를 통해 민주당 경선에 불을 붙인 장본인이다. 자원봉사자 수십명이 전화통을 붙잡고 외쳐댔다. "내일 선거에 꼭 나오셔야 합니다. 하워드 딘은 서민들의 희망입니다."

선두를 달리던 딘 후보는 지금 고전하고 있다. 조지아주에서 카터 전 대통령과 함께 예배에 참석하느라 17일 저녁부터 18일 오후까지 선거운동을 못했다. 대신 이날 저녁엔 그동안 모습을 안보였던 부인 주디스 스타인버그까지 가세했었다. 오후 4시20분, 디모인 시내 드레이크대 학생회관 2층 강당. 우렁찬 밴드에 맞춰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노스 캐롤라이나)이 등장하자 지지자 5백여명이 함성을 질러댔다.

"부시 대통령은 로비스트와 거대기업의 친구고, 가진 사람들을 위해 일합니다. 저는 여러분을 위해 일합니다. 우리 아버진 철공소 노동자고 우리 가족 중 아무도 대학을 못갔습니다. 하지만 전 이렇게 섰고 여러분이 보내준 이 열기로 미국을 바꾸고야 말겠습니다."

오후 7시, 디모인시 이스트 유니버시티 30가 여행자센터. 헬리콥터를 타고 달려온 존 케리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이 입장하자 7백여 지지자들이 일제히 일어나 '케리, 케리'를 외쳐댔다.

"미국에서 당장 해고돼야 할 단 한사람은 바로 부시입니다. 그는 텍사스 목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저는 보통사람의 희망을 위해 미국을 이끌겠습니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미국식 민주주의의 발원지가 어디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투표는 이곳 시간 19일 오후 6시30분 아이오와의 1천9백여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된다.

아이오와주 디모인시=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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