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현기증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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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증시 급등=이날 상승은 예견돼 있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재할인율을 0.5%포인트 전격 인하하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심리를 안정시켰다.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상승 반전에 성공하고 영국·프랑스 등 유럽 증시도 2∼3% 상승 마감했다.

미 FRB의 재할인율 인하 후 20일 처음 열린 아시아 증시도 급등세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상승폭은 미국·유럽 증시보다 더 컸다. 그간 하락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대부분 5% 안팎 상승했다.

이날 국내 증시 상승의 견인차는 개인 매수세다. 5500억원 넘게 사들였다. 그러나 사상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데는 외국인의 태도 변화가 중요 변수였다. 20일에도 외국인은 3700억원 ‘팔자’에 나섰다. 그러나 16일과 17일 양일간 2조원 가까이를 팔아치운 데 비하면 매도 공세가 약해졌다. 특히 장 초반에는 500억원 이상 매수 우위를 보이기도 했다.

◆아직은 ‘살얼음판’=‘유동성 위기’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세계 금융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무엇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의 손실 규모가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증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불확실성’이다. 위험자산이 주식에서 손을 떼고 현금·예금·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도피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언제 서브프라임 관련 악재가 또 불거져 글로벌 증시가 다시 급락할지 모른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도 문제다. 이번 사태가 신속하게 수습되지 못한다면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회귀하고, 이에 따라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칠 것이라는 비관적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일단 유럽·일본 은행들은 사태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과 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유럽의 중앙은행들은 은행에 대한 신용한도를 늘리고 대출 기간을 연장해 주는 조치를 준비 중이다. 당초 이달 금리를 올리려고 했던 일본 중앙은행도 금리 인상을 연기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기술적 반등” vs “상승 재시동”=글로벌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관건이다. 이날 주식을 사들이긴 했지만 개인들의 시장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우리투자증권 잠실WMC지점의 전미숙 차장은 “조정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 고객들이 사달라는 전화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한국투자증권 분당지점 남수희 대리는 “상승추세 전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일단 현금 비중을 늘리면서 조정이 끝나기를 기다리겠다는 분도 많다”고 말했다.

고란·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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