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씨 검거는 「과학수사」 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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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동명인 5천여명 컴퓨터조회 공통점 찾아/「주소 오류동」 단서잡아 대성교회 관련 밝혀
경찰의 탁명환씨 살해범 수사는 컴퓨터를 동원한 과학수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주는 것으로 앞으로 경찰의 수사방향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현장에서의 단서가 사건해결에 얼마나 결정적 역할을 하며,초동수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주는 것이기도 했다. 경찰이 사건현장 주변에서 입수한 쇠파이프를 싼 달력종이 뒤편에는 「가스」라는 글자 밑에 12명의 이름과 날짜가 적혀 있었다.
이 이름들이 결정적 단서임을 직감한 경찰은 서울경찰청 전산직원과 여자형사기동대 요원 등 25명을 동원,즉각 컴퓨터 조회에 들어갔다.
그러나 조회결과 전국에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5천여명.
흔한 성인 김모씨는 2천2백여명이나 됐다.
그야말로 한강 백사장에서 바늘찾기­.
막막해진 수사팀은 자연스레 『드문 성씨를 가진 사람들을 집중 추적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명단에 포함된 도모씨와 심모씨 조회결과를 검토한 결과 도씨는 4명,심씨는 62명이 나왔다.
수사팀은 이들중 한명씩이 서울 구로시 오류동에 주소를 두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심모씨(31)의 집에 수사대를 급파한 경찰은 심씨의 집에 걸린 달력이 현장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H금융기술원 발행 달력임을 발견했다.
이와함께 심씨의 옆방 사람을 통해 심씨가 대성교회 신자라는 사실도 파악했다.
경찰의 수사방향이 대성교회와 오류동쪽으로 급선회했음은 물론이다.
종교단체가 관련돼 있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한 탐문수사끝에 12명 모두 대성교회 직원임을 알게 된 경찰은 이날 오후 11시 대성교회를 덮쳐 이들 직원들과 임씨를 연행하는데 성공했다. 과학수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번 일깨우는 순간이었다.<이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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